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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능의 법칙 - [리뷰] 여자 나이 마흔, 에스트로겐은 여전하다

효준선생 2014. 2. 16. 07:30






   한 줄 소감 : 여자들의 이야기인데, 마치 내 얘기인듯 서러웠다. 
 





방년(芳年)과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을 다 보내고 나니 어느덧 세상의 유혹에 쉽게 홀리지 않는다는 나이가 되었다. 조금 더 지나면 거울 앞에 선 국화꽃을 닮은 누님이 되겠지만 여전히 여자로서의 설렘은 가시질 않는다. 정보다는 사랑이 좋고 자신만을 사랑해줄 남자 이야기에 볼에 홍조가 어린다. 영화 관능의 법칙은 어느새 저만큼 나이를 먹었다고 하는 40대 중 후반의 세 여성의 입을 통해 우리도 아직 안 죽었음을 피력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소위 캐릭터 영화로 세 사람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돌아가며 소개된다. 가장 맏언니인 작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그녀는 과년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아내와 사별하고 지금은 목공소를 운영하는 동네 남성과 잘 지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울함도 묻어난다. 가장 나이를 먹어서 인지 곁에 누군가 있어준다는 것에 대한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방송국 부장이라는 상당히 높은 직함을 지닌 그녀, 그 자리에 오르기 까지 무진 애를 썼음이 눈에 보이지만 세상이 일하는 여성에 대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은 그의 동료들의 눈에 비춰진다. 외주사 막내 피디와의 썸씽, 그리고 고민들이 그녀의 최근 관심사다.





남편이라는 존재가 여전한 세 번째 그녀, 내 남자라는 이유로 잠자리를 강요할 수 있는 권리를 열심히 행사중이지만 남편의 고민따윈 아랑곳 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어린 그녀에게 사랑이란 현재 진행형이지만 불안감도 공존한다. 





이렇게 세 여성의 입장은 그 나이 또래 여성들이 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황이지만 공통점과 상이점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걸 하나로 일원화하거나 서로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대신 그녀들이 주고 받는 대사 속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지나간 화려한 나날들의 즐거운 회상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알 수 없는 걱정이 더 커보였다. 믿음직한 남편, 두둑하게 챙겨 놓은 노후자금, 시집장가 보내야 할 자녀문제 이런 것들 보다 그녀 자신들의 문제 앞에서 원초적인 걱정을 하는 것이다.





나이를 들면 어딘가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운동도 해보고 열심히 피부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갖가지 방책도 찾아보지만 찾아오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영화 속 그녀들을 여전히 한 미모하지만 실상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영화에선 그녀들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중에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건 바로 건강이었다. 아픈데 무슨 사랑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아플때 곁에 있어줄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된다. 젊은 시절엔 성적 배우자가 우선이겠지만 나이 들어선 주름 가득한 얼굴도 이쁘다면 어루만져줄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관능의 법칙에서 관능은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법칙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저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찾아오는 사랑의 방식도 다를 것이다. 그래도 유효한 법칙을 하나 찾는다면,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남들 보는 눈에는 이상해도 그게 자신의 반려자라면, 그 말이 전적으로 옳다. 





이들 세 사람의 마흔, 잠시 폭풍처럼 다가왔던 인생의 위기, 혹은 반전도 그녀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 비슷하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나이 들어감이 그녀들의 선택이 아니듯,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곱다. 인생이란 특출난게 없음을 아마 그녀들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비슷한 연배의 여성심리를 들여다 본 게 신기하지만 남자나 여자나 별로 다르지 않음이 안심이고 이 영화에 조연으로 나온 남자들의 캐릭터에 눈길이 가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마흔 살 남자들의 사랑 이야기는 좀 재미없으려나.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관능의 법칙 (2014)

7.4
감독
권칠인
출연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 이경영, 이성민
정보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08 분 | 201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