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조난자들 - [리뷰] 선입견이 만든 진득한 공포감

효준선생 2014. 2. 15. 07:30




 
  한 줄 소감 : 상당한 밀도의 정통 스릴러물, 범인이 좀 예상외지만, 그곳이라면 가능해 보인다





강원도 평창의 어느 외진 펜션, 세 동(棟)이 언덕길에 나란히 줄지어 서있다. 그곳을 찾은 젊은 시나리오 작가는 마을 어귀에서부터 자신을 며칠 전 출소한 그곳 사람이며 과도하게 친근함을 보일 때부터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내 사건들이 터졌다.





영화 조난자들은 영화 낮술로 각광받았던 노영석 감독이 각본, 연출 그리고 음악을 책임진, 지난 해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 및 수상경력이 화려한 설국 스릴러다. 독립영화의 진한 풍미를 내고 있지만 초반부터 거칠게 밀어붙이는 쫀득한 긴장감은 엔딩에 이를 때까지 풀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목으로 쓴 조난자들은 등반이나 항해도중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고립되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말한다. 영화를 보면서 왜 이 영화 제목을 조난자들로 삼았을까 연신 그 답을 찾게 되는데, 물론 펜션에 벌어진 희대의 살인극 사이에서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주인공의 모습도, 인적이 드문 마을에 살면서 사냥등으로 사는 사람들도 조난자라 할 수 있겠지만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해답은 상당히 늦게 출현한다.





이 영화는 앞 부분 버스 안, 그리고 마을 초입을 제외하면 거의가 펜션과 그 주변에서 촬영되었다. 광범위한 의미로는 밀실공포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등장인물들에게 범상치 않은 이미지를 덧씌워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 그리고 선입견을 잘 그리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학수라는 인물이다. 버스 안에서부터 치근덕거리며 주인공에게 다가온 그, 얼마 전 출소했다고 하고 남자와 닮은 후배를 혼내줘야 한다며 분위기를 조성한다. 도착한 마을에서도 이런 저런 하소연과 너스레를 늘어놓으며 뭔가 심상치 않은 사람이겠구나 하며 일종의 매거핀을 던져 놓는다.





그 외에도 스키를 타러 왔다며 조용하게 글을 쓰고픈 남자의 신경을 긁어 놓는 무리들, 게다가 사냥총과 죽은 산짐승의 사체를 옮겨대는 마을의 남자들의 인상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덮인 펜션 주변은 고립의 세상이다. 딱 한번 마을 슈퍼로 내려갔다 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조차도 분위기를 더욱 팽팽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가 시각과 청각을 동원해가며 스릴러 영화란 이런 것임을 조금씩 풀어놓는 과정에서 도대체 이 잔인한 실종과 살육의 주연은 누구란 말이냐에 주목하는데, 외부와는 단절될 것 같은 그 곳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모 방송국의 뉴스는 이 영화의 엔딩을 이해하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강원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대개 외부와는 차단된 공간, 그래서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눈과 숲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스릴러 영화가 주는 서늘함이나 공포 분위기의 밀도를 높이는데 한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곳을 불쑥 찾아 드는 불청객도 좋은 조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싶다. 사실 이 영화가 사람이 죽고 혹은 죽기 직전에 처하기도 하는 등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때로는 블랙 코미디의 장면들도 많다. 외모만 보고 그저 저 사람은 나쁜 역할을 할거야 하는 편견도 일소에 사라지게 하고,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포도주 한 병에 욕심을 내는 모습들도 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조미료가 된다. 가장 중요한 건 도시에서 같은 공간에 사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거대한 감옥같은 아파트, 도둑이라도 들까 싶어 외부로 통하는 온갖 창문에 방범 창살을 설치해 셀프 감금을 하는 모습, 같은 아파트 주민이면서도 인사는커녕 경계를 하는 모습들은 영화 속 인물 군상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편히 살고 있는데 무슨 조난이냐고 하겠지만 우린 일정부분 조난자들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처지도 못되고 낯선 이의 방문으로 덜컥 겁부터 내는 모습들이 눈밭에 파묻힌 한 남자의 시신이나, 언제 자신을 공격할지 몰라 다락방에 숨어 벌벌떠는 다른 남자의 피폐한 시선과도 닮았다. 





올해 본 영화 중에 수상한 그녀의 엔딩 장면과 함께 정말 인상적인 이 영화의 엔딩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연극 인디아 블로그 등에서 좋은 인상을 보였던 전석호와 아역배우로 시작해 성격파 배우가 된 오태경과 올 시즌에 뜰 것 같은 배우, 최무성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조난자들 (2014)

Intruders 
8.8
감독
노영석
출연
전석호, 오태경, 최무성, 한은선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한국 | 99 분 | 20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