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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보캅 - [리뷰] 끊임없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효준선생 2014. 2. 14. 07:30






   한 줄 소감 : 기계안에 깃들지 못하는 슬픈 인간형, 우리의 자화상이다
 





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미국의 대도시, 범죄를 소탕하는데 투입되는 경찰들의 생명보호와 검거율을 높이는데 일조하기 위해 당국은 로봇을 투입하는 문제를 두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하지만 반대하는 측에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과잉대응으로 또 다른 문제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효과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이 국회에 계류되자 이번엔 인간의 감정을 담은 로봇이라면 어떻겠느냐며 새로운 법안이 제출된다. 얼마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의 모습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한때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여전한 그곳은 이제 범죄의 온상으로 많은 이들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물론 이 황량하고 위험한 도시에도 적지 않은 경찰들이 있지만 그들에겐 더욱 강력한 그 무엇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 모양이다.





영화 로보캅, 1987년 폴 버호벤의 연출로 기계에 인간을 접목시켜 사회의 악을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해보자며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던 오락영화가 리메이크 되었다. 당시 기억으로는 로보캅이 남다른 힘을 갖게 되면서 주변의 위해소지를 무자비하게 하나씩 제거해 가는 모습에 환호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본 영화에선 로보캅의 대외적인 활약보다 로보캅이 탄생하게 된 비화와, 도대체 난 누구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그리고 무척이나 인도주의적인 발명가로 나오는 박사의 모습을 비교해 가며 단순한 오락물에서 안주하지 않고 기계문명으로 가는 길목에서 서성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고 있다.





알렉스 머피, 현직 경찰이자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였던 그는 누군가의 모함에 의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고 자동차 폭발사고로 신체의 일부만 잔존하는 끔찍한 일을 당한다. 그리고는 아직은 실험단계인 로보캅의 초대 시범자로 나서 전대미문의 인간의 정신과 로봇의 몸을 결합한 진정한 사이보그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영화에선 알렉스의 몸을 보여주는 장면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안면 일부와 폐, 그리고 오른손 일부만 남기고는 모두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과학의 도움을 받아 인지하고 사고하는데 지장이 없다니 만약 과학자들의 선의의 뜻에서 시도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 윤리적인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설정이었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만들어진 로보캅의 임무는 대외적으로는 범죄 소탕에 있고 이게 성공하면 후속작도 나올 수 있겠다는, 그럼으로 인해 누군가는 영리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가정인데, 여기에 연루된 면면들이 예상한 범위를 뛰어 넘는다. 새롭게 자신의 임무를 부여받은 로보캅이 알렉스라는 자연인을 망각했다면 이 영화는 오리지널 영화처럼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공식으로 흘렀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계가 제 몸처럼 작동함을 알고 난 뒤, 당연히 자신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했을 테고 이를통해 자신들의 범행이 들통날까 겁을 낸 사람들에겐 로보캅은 다시 사라져야 할 존재가 될 뿐인 것이다.





토사구팽인 셈이다. 돈벌이 용으로 기획되었다가 나중에 용도폐기해도 되는, 완벽한 인간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태가 이 영화에서 꼬집고 싶은 부분인 셈이다. 아직도 미국이 최고라고 울부짖듯 떠들어 대는 매스컴이나 공권력은 무자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당국이나 돈을 벌 수 있다면 기업윤리 정도는 우습게 보는 재벌집단까지도 모두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의외로 선과 악의 구분이 선명한 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일관되게 행동한다.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후반부 정체성을 찾은 듯한 로보캅의 추후 행보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무려 3차례나 죽음 직전에 갔던 알렉스 혹은 로보캅이 마치 궁형을 받은 사마천이 역사서인 사기를 남긴 것처럼 사회의 암적존재를 드러내는 사명을 다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다음 편도 기대되는 이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겉모습은 속된 말로 간지나지만 수시로 항생제와 주사액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어찌보면 처량한 신세다.

사지 멀쩡한 우리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음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씁쓸할 뿐이다. 






로보캅 (2014)

RoboCop 
6.9
감독
조세 파디야
출연
조엘 키나만, 게리 올드만, 마이클 키튼, 애비 코니쉬, 사무엘 L. 잭슨
정보
액션 | 미국 | 117 분 | 201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