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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렛 - [리뷰] 애틋하게 세대차를 극복하는 법

효준선생 2014. 2. 13. 11:30






   한 줄 소감 :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을 벌기 위해 집을 나와 친구 집에서 얹혀사는 처지인 제인은 스타렛이라는 이름의 치와와가 유일한 말벗이다. 친구와 그녀의 남자친구도 가끔은 말을 섞어보지만 살갑지는 않다. 방이라도 꾸며볼 양으로 동네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이것저것 사다 늘어놓았다. 그 중의 하나인 보온병, 요즘 것과는 다른 어른들이 마호병이라 부르던 그런 종류, 3,40년은 되어 보인다. 제인에겐 화병으로 쓰면 딱일 것 같은데 그걸 판 이웃집 할머니는 환불은 안된다고 딱 잡아뗀다. 그런데 바로 그 낡은 보온병 안에서 돈다발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영화 스탈렛은 소통을 소재로 한 드라마 장르의 인디영화다. 미국 서부의 작은 마을, 청춘이지만 여전히 시름겨운 그녀들에게 세상은 껍데기까지 벗겨먹을 심산으로 모든 걸 요구하고 가진 것 없는 그녀들은 응하지 않고서는 배길 도리가 없다. 그러던 중 하늘에서 떨어진 돈벼락 앞에 망설이지 않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제인이 보여준 행동은 좀 이상해 보였다. 물론 그녀도 흔히 그러하듯 그 돈으로 쇼핑도 하고 친구에게 용돈으로 나눠주기도 했지만 이내 그 할머니를 보온병을 들고 찾아간다. 그녀는 과연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 영화에서 다소 괴팍한 성격의 이웃집 할머니로 나온 배우는 영화 촬영당시 미수(米壽)를  목전에 둔 순수 아마추어였다고 한다.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이 된 셈인데 전혀 그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에 몰입한다. 낯선 이웃집 처자를 매몰차게 대하는 장면이나 동네 빙고게임장에서의 모습은 그 나이 또래 할머니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포스를 가지고 있었다. 여주인공인 드리 헤밍웨이(이름에서 눈치 챘겠지만 그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증손녀다)와 실제 조손관계처럼 잘 어울렸다. 일부러 운전수 역할을 하고 할머니의 젊은 시절 꿈인 파리에 가기 위해 무리를 학기도 하고, 빙고게임 장에서 몰빵을 하는 걸 보면 단순히 도둑질에 대한 회개는 아닌 듯 자연스러워 보였다.





공짜돈이 생겼으면 입 딱 씻고 모른 척 하면 그만일텐데도 그녀는 노골적으로 할머니에게 접근해 아양에 가까운 호의를 베풀고 그런 그녀가 의심스러워 경찰에 신고까지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으로 향한다.





갈수록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도 사실상 세대간의 갈등을 판타지하게 그린 영화지만 이 영화는 보다 현실적인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성인들만의 영화를 찍는 처지지만 누구보다 매력적인 제인, 그녀가 오로지 할머니 곁에서 맴을 도는 건 가족에 대한 결핍을 메우려는 의미라고 봤다. 그건 할머니에게도 마찬가지다. 엔딩에서 나오는 두 사람의 묘지가 의미심장했다. 이제 할머니도 남은 여생이 얼마 없어 보인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나면 누가 할머니의 묘비명을 써줄까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의 손에 자라다 어른이 되어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그렇게 늙고 병들다 죽는 게 인생이라면, 최소한 한 사람 정도는 곁에서 지켜봐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내 기억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잠시 머물다갈 인연이지만 꽃 한송이 두고 갈 사람,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의 차이를 이 영화를 통해 심각하게 느낀다.





이 영화 중반에 극 중 성인 영화 배우라는 설정탓에 실제 정사장면이 삽입되어 있다고 해서 화제지만 그 부분을 빼고 나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영화다. 그 장면은 물론 업계 프로 배우가 해냈고, 할머니로 나왔던 베세드카 존슨은 작년 타계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스타렛 (2014)

Starlet 
7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드리 헤밍웨이, 베세드카 존슨, 스텔라 매브, 제임스 랜슨, 캐런 캐러글리안
정보
드라마 | 미국 | 103 분 |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