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메콩호텔 - [리뷰] 메콩강은 말없이 흘렀다

효준선생 2014. 2. 10. 11:30






   한 줄 소감: 태국의 과거와 현재를 기괴하게 풀어내다
 





하나를 끼고 여섯 나라가 이웃하고 있고 전장 4천km가 넘는 동남아시아의 젖줄이라고 하는 메콩강엔 역사적 사연도 넘쳐난다. 중국에서 발원해 캄보디아 앞 바다로 흘러드는 이 강에서 터를 잡고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이 강은 생명줄이자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토템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이들에게 전해지는 건 그 만큼 경외로운 대상이라는 말이다.





태국 영화 메콩호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201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엉클분미로 인해 걸출한 시네아스트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후속작들도 속속 세계적 영화제에의 초청을 받고 있다. 그의 신작 메콩호텔 역시 작년 부산 국제 영화제때 소개된 바 있는데 그의 영화가 주는 신묘한 이야기들이 이 영화에선 마치 할머니가 잠 못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옛 이야기처럼 전달되고 있다.





영화 메콩호텔의 배경은 제목 그대로 메콩강에 연해 있는 어느 허름한 호텔이다. 카메라는 단 한번도 호텔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 외경을 찍을 때도 카메라는 호텔 안에 고정시켜 놓는다. 이 호텔안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지만 이 영화의 장소가 메콩호텔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메콩강이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딸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한 남자. 영화의 시작은 감독과 어쿠스틱 기타를 튕기는 남자와의 가벼운 한담에서 시작하고 기타를 든 남자는 연주를 한다. 격렬하지도 그렇다고 늘어지지 않는, 그래서 인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도중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이 기타 소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지 문득 깨닫게 된다. 기타소리를 입고 전해지는 이야기는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대백(對白)이다. 그들은 옛날 태국과 라오스의 역사적 사실, 태국 황실의 이야기, 그리고 몇 년전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준 메콩강 홍수의 피해들을 이야기 한다. 인물만 바꿔가며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 영화의 장르가 공포라고 하고 포스터도 그런 분위기를 표현해낸 건 아무래도 인간의 장기를 뜯어 먹고 산다는 메콩강의 귀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장면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돌아가면서 손에 피를 묻힌 채 뭔가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침대 위에서 여자가 배를 드러내놓고 누워있고 그녀의 배 위에 그녀의 창자로 보이는 물체가 선명하다. 충격적인 건 그녀의 엄마가 그 창자를 먹는 장면인데, 그 분위기가 참으로 기괴했다. 게걸스럽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애잔해보였다. 





태국에선 폽이라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메콩강에 살며 인간의 창자를 먹고 산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엄마라 하며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가 바로 태국이 안고 있는 인간성 상실의 모습을 그려내려 한 것 같았다. 앞에서 언급했던 홍수때 여러 사람들이 죽었고 많은 시신들이 물 속에 잠겼을 거란 추정이다.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탓에 태국 정부는 적극적인 구조활동도 하지 않았고 위정자들은 제 앞가림에만 급급해 했다는 사실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라고 보았다.





한 사람이 등장하면 인육을 먹는 장면이 두 사람이 등장하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배우들이 언제 그랬냐며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주고 받는 이야기들, 시간의 흐름과도 상관없고 복선이나 단서 같은 것도 없다. 어쩌면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현세에 살고 있는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홍수등 자연재해로 버려진 호텔에 나타나는 유령의 모습일 수도 있다.





기괴하면서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밤 장면이 아닌 밝은 낮에만 촬영을 했고 흔한 음향효과 하나 없이 구슬프게 들리는 기타소리 하나에 의지한 채 찍어낸 탓도 있다. 겨우 한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그것도 마지막 7,8분은 하염없이 흐르는 메콩강을 원근으로 잡아낸다. 나룻배와 모터보트의 움직임만으로 수 천년의 세월을 고고히 흘렀을 강의 역사를, 그리고 현재를 버거워 하면 살고 있는 태국인들의 마음을 담는데 형상화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메콩호텔 (2014)

Mekong Hotel 
6
감독
-
출연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젠지라 퐁파스, 삭다 카에부아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차이 바따나
정보
드라마 | 영국, 태국 | 56 분 | 201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