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가족을 잃은 결핍은 지구인이나 외계인이나 매 한가지 |
형과 아우 사이라지만 얼핏 보면 관계가 뒤바뀐 듯 해보였다. 덩치가 크고 상남자 스타일의 동생 스컬치는 그 동네 최고의 히어로지만 형인 게리는 그 동네 최고의 브레인이다. 하지만 형은 동생의 허세에 가까운 설레발에 늘 사고나 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을 떠나 먼 여행을 가겠다고 하니 형으로서는 마음이 영 놓이지 않았다.
우리는 외계인을 다룬 영화에서 대개는 지구를 침공하러 온 악덕한 그들을 주로 봐왔다. 하지만 영화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에서 보는 외계인의 모습은 오히려 지구인들보다 더욱 선진기술을 가진 우등 족속으로 그려졌다. 이 점은 지구인들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외계인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이 영화에서도 비슷하다. 그런데 그걸 탈취하려는 과정에 사기성이 농후하고 심지어는 외계인들에 대한 복수의 마음까지 드러낸다.
영화에선 두 차례에 걸쳐 풋티지 영상을 활용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외계인의 관점에서 표현한 부분이 나온다. 근세기 지구에서 발생했던 역사적인 사건 사고들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것인데 한국 전쟁도 언급된다. 특히 국가 개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며 전쟁에서 진 나라가 오히려 더 잘산다며 특정 국가를 은근하게 비꼬기도 한다. 또 지도자라 하는 사람들은 수염을 유독 좋아한다며 특정 인물들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외계인이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에 대해 상상을 하고 있는데, 로스웰 사건에 대한 언급이 이 영화의 매개가 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1947년 미국 텍사스 로스웰에서 잡혔다는 외계인을 찍은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눈이 왕방울만하고 비쩍 마른 체형이 외계인의 전형인 것처럼 이미지화 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미국 별 네 개짜리 대장으로 나오는 인물이 바로 이 로스웰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여러 외계인 캐릭터 중에서도 바로 이런 모습의 외계인이 등장한다. 사실 이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악역이지만 그에게도 지울 수 없는 과거가 있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그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한 것뿐이라면 할 말 없지만 파괴를 종국의 해법으로 들먹이는 그를 키운 건 이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깊이 생각하면 이 영화는 제작국인 미국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도 상당부분 삽입해놓았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고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가장 큰 부분이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민족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그렇다. 외계인을 미국외 다른 민족으로 등치하고 보면 미국은 여전히 나름의 우월의식도 보이지만 알 듯 모를듯한 불안감도 엿보인다.
전체적으로는 모종의 계략으로 지구에 갔다가 지구인들에게 잡힌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뛰어든 어느 왜소한 아버지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 가족영화지만 공존의 해법을 한쪽에서만 인식하는 것 같은 아쉬움은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유난히 색감이 선명하고 각각의 캐릭터들의 선악 대비가 확실해서 아이들에게도 통할만한 요소가 적지 않다. 언제나 우주적 싸움에선 미국이 승리한다는 틀에 박힌 공식에서 벗어나 평화를 주장하는 쪽의 손을 들어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외계인이 진짜 있다면 지구인을 보고 뭐라할까
슈퍼노바 지구 탈출기 (2014)
Escape from Planet Earth
- 감독
- 캘런 브렁커
- 출연
- 제시카 알바, 브랜든 프레이저, 사라 제시카 파커, 제임스 갠돌피니, 케이틀린 올슨
- 정보
-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 미국, 캐나다 | 89 분 | 20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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