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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이 보낸 사람 - [리뷰] 인간답게 살고 싶은 자유

효준선생 2014. 2. 6. 07:30






   한 줄 소감 : 저들이 막연하게 생각한 자유는 세상에 없을 지도 모른다
 





히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천주교가 이 땅에 들어왔을 무렵, 정치적인 논리와 그때까지 이 땅의 도덕윤리로 오랫동안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던 유교적 가치관과의 충돌로 신도들은 그들끼리 만의 결사체로 뭉쳐있었다. 하지만 믿음이 곧 현세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들은 죽음 혹은 변절을 강요받아야 했다. 제 아무리 신념이 강하다 해도 이어지는 고문 끝에 남는 건 회유나 강압에 의한 누설뿐이었다. 그렇게 잡아들여진 신도들의 죽음 앞에 이 땅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물꼬가 생긴 것이고, 그 와중에 같은 신념이 아닌 자와의 백안시(白眼視), 배척등 이 땅에서만 가능한 현상들도 함께 발아되었다.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북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갈구하는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담고 있는 하프 픽션 드라마다. 영화의 소재가 가장 폐쇄적인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기에 민감할 수도, 혹은 오독할 수도 있는 부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탈북자들의 수가 이 영화의 소재를 좀더 사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언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수준이니만큼 영화 속 디테일한 장면들은 크게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럼 이 영화는 본격적인 종교영화인가를 묻는다면 오히려 비종교적인 영화라 하고 싶다. 영화 안에서 신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장면도 나오지만 그것보다는 인간이 신의 행세를 하고 있는 그곳의 분위기로서는 오히려 불쑥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죽음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철호라는 인물의 일탈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의 시작점은 잔인한 고문 장면이다. 철호와 그의 아내는 모진 고문을 받고 있다. 그리고 2년 뒤 철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북한의 고향땅에 나타났고 돈뭉치를 보여주는 그의 행적과 제안 앞에서 다들 솔깃해 한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마을 건너 강을 건너면 그것이 자유와 평화를 보장한다는 믿게 하는 것, 그걸 자기들은 해보지 못한, 그래서 이미 경험을 한 철호에게 의지하고 달려드는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이젠 철호가 마치 신의 자리를 대신한 것과 다름없다. 대중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과 동경을 함께 공유한다. 그리고 내재적 갈등을 겪고 난 뒤 실천에 옮기곤 한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철호는 빙독이라는 마약(중국에선 필로폰을 부르는)을 먹지 않으면 고문의 후유증으로 제 몸을 가누지 못하지만 이미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마을 사람들은 그의 몸 상태엔 큰 의심을 품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생각도 다들 다르고, 외부로부터의 의심도 농도가 짙어진다. 이들을 압박하는 세력과의 밀고 당김, 그리고 본격적인 정치의 입김이 이들을 점차 곤란에 빠트린다.





10여명의 마을 사람들을 지탱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폐광에 모여앉아 예수를 찾으며 기도를 올리지만 그 컴컴한 곳을 내려보기나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찾는 신은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나 할까 강을 건너 중국에 가거나 운 좋게 한국 땅에 도착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무한한 자유와 평화를 그 누가 보장한다는 말인가. 영화에서도 그런 힌트는 여럿 등장했다. 이미 한국에 와 있는 한 남자의 아내의 입을 통해서다. 그럼에도 이들의 질주는 막다른 절벽으로 향한다. 아무도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몰리며 각자도생의 길에 든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나의 조직이 하나의 목표를 지향함에 닥치는 수많은 애로, 그리고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저 기도만 열심히 올리면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헛된 욕심, 준비되지 않은 비현실적 안목.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폐쇄적인 그곳에서 그들은 우매했던 것이다.





이런 일은 비단 영화 속 함경북도 오지산골에 사는 북녘땅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허상에 매달려 사리분별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달콤한 사탕발림에 넘어가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은 여기도 많다. 많은 곳에서 인권을 이야기 하지만 스스로가 자각하고 애를 쓰지 않는다면 타인의 인권이라는 건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영화 마지막 대사는 이랬다. “신은 우리를 버렸다”. 너무 늦은 자각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신이 보낸 사람 (2014)

The Apostle : He was anointed by God 
8.6
감독
김진무
출연
김인권, 홍경인, 최규환, 김재화, 지용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112 분 | 201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