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체르노빌 다이어리 - [리뷰] 폐허도시가 남긴 섬뜩한 교훈

효준선생 2014. 2. 3. 07:30





     한 줄 소감 :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현실적 공포 
 





직 소련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에서 방사능유출사고가 난 건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경이었다. 방사능 유출이라는 엄청난 대형사고에도 불구하고 인근에 조성된 계획도시 프리피야트의 주민들은 한동안 영문도 모른 채 방치되었다고 하며 이 사고로 우크라이나의 절반 이상이 방사능에 피폭되었다고 한다. 낙진은 유럽 각 국으로 퍼져나갔고 이로 인한 피해자 수만 30여만명이 이른다고 했다. 그리고 한 동안 잊혀졌던 이 사고는 재작년 일본에서 벌어진 지진 해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와 더불어 재차 부각되었다.





핵에 대한 위험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에너지 고갈과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수 없이 안고 살아야 하는 위험천만한 놈이지만, 이렇게 사고로 이어진다면 수많은 인명의 살상과 물질적 피해를 막을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각국은 핵이라는 말 대신 원자력 에너지라는 말로 가공해 지금도 꾸역꾸역 가동중에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프랑스등은 아예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 체르노빌 다이어리는 일단 촬영기법부터 으스스하다. 유럽여행을 떠난 발랄한 미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잠시 보여준 뒤, 이내 익스트림 트래블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한 그들,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 이 영화의 후반부를 가늠케한다. 유난히 좁은 공간에서의 근접촬영으로 마치 페이크 다큐나 풋티지 영상물을 연상케 하는데, 그 때문인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그리고 시작한 지 30여분, 함께 타고간 밴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폐허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발이 묶이고 뭔지 모를 것들에 의해 차례로 희생당한다.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반핵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흔한 공포와 스릴러를 동반한 오락물이지만 이들이 둘러보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프리피야트의 황량하다 못해 기괴스럽기까지한 버려진 도시의 모습을 훑어보는 장면에 이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섬뜩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저곳을 고향삼아 뛰어 놀았을 아이들, 그리고 단란한 가정이 하루 아침에 망가지고 후유증으로 고생했을 상황들.





사고 당시 한국의 언론에서도 헤드라인 기사로 다뤄진 기억은 나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머나먼 남의 나라일로 알고 금세 잊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원자력 발전소에 목을 매던 우리로서는 그 흔한 르포기사 하나 보기 힘들었다. 부정적인 기사로 인해 반대 여론이 형성되는 것에 대한 암묵적 언론 통제로도 보인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머나먼 남의 나라 일이 아님은 집 근처 생선가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원양이나 인근 바다에서 잡아온 생물이 아니면 손도 대지 않는 소비자의 마음이 그렇다.





반감기가 자기가 살고 있는 세대를 몇 번이나 지나야 한다는 사실에 그저 체념하는 듯 싶지만 언젠가 분명 드러나고 말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은 그냥 잊는다고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영화 후반부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 역시 죽지 못해 사는 삶일 것이며 그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통제하에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수없이 봐온 좀비 영화들의 허구성과 달리 이 영화가 놀라운 건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거야 라는 인간의 기본적 호기심에서 완전하게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유명한 배우들이 포진한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실제 체르노빌에서 찍은 영화도 아니지만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와 인간이 인간을 훼멸할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잔인한 것이 무엇인지 고집스럽게 확인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권한다. 추운 겨울이지만 청량감 이상의 무엇이 남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에 대한 두려움보다 방사능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 더 두렵다





체르노빌 다이어리 (2014)

Chernobyl Diaries 
6.1
감독
브래들리 파커
출연
조나단 새도스키, 데빈 켈리, 제시 맥카트니, 올리비아 더들리, 네이던 필립스
정보
공포, 스릴러 | 미국 | 86 분 | 20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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