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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즌 그라운드 - [리뷰] 동토의 땅에 갇혀버리다

효준선생 2014. 2. 1. 07:30






  한 줄 소감 : 존 쿠삭과 니콜라스 케이지가 역할을 바꿔도 재미있었을 듯. 
 





직도 미궁에 빠져 있는 사건이 하나 떠올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다시 한 번 부각된 적이 있었고 일련의 사건 중 몇 건에 대해선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도 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희생자들에게 범인 검거 소식은 전해지지 못한 채 머물고 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알래스카의 동토위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여러 구의 시신들, 모두 부녀자들로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변 사람들은 그를 그저 평범함 이웃이라고 했고 일선 경찰관들도 그를 유죄로 감옥에 집어넣기는 쉽지 않을 거라 했다. 결정적 증거보다 더 중요한 자백이 있지 않고서는 유죄 성립이 쉽지 않을 거란 이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만한 결정적 뭔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영화 프로즌 그라운드는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 사건의 주범을 둘러싼 형사물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쿠삭이 형사와 용의자로 등장하며 신경전을 벌이는데 이야기 대부분은 엽기적이고 인간 말종에 가까운 범죄행각을 일삼은 용의자의 시각을 따라간다. 특히 자신이 유괴하고 강간한 뒤 눈 덮인 알래스카에서 그 부녀자를 풀어 놓고는 사냥을 하는 장면은 정말 끔찍해 보였다.





집에선 화목한 가정의 가장. 독실한 종교인인 아내와 자식이 있지만 자신만의 아지트에만 들어가면 몹쓸 짓을 획책하는 그의 이중성이 놀랍기만 하다. 특히 매춘녀를 집으로 끌어 들인 이유에 대해 절대로 아내를 상대로 할 수 없는 성적 행위를 대신해줄 여자를 돈으로 산 것뿐이라는 그의 궤변이 그의 사고를 의심케 했다. 그 뿐이 아니다. 감금과 결박, 그리고 이어지는 폭행과 살인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그를 그토록 부녀자를 상대로 그런 일을 하게 만들었을까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그이 행위를 보면 어린 시절 비슷한 유형의 폭압적인 행위를 강요받았거나 혹은 지켜봤을 때의 심리적 충격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그런 연이은 희생자들 속에서도 어렵사리 살아 남은 한 여성 때문에 이 지독한 범죄행각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던 건데, 이 부분이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영화가 잔혹한 살인마의 행적을 따르기만 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과연 증인 프로그램은 유효한가가 대한 의심을 품고 있다. 거리의 여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피해자로서의 보호는커녕 가해자와의 접촉 마저도 막아주지 못하는 상황에 그저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는 건 경찰로서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오로지 한 명의 형사만이 그녀를 위해, 아니 다른 희생자와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희생자를 위해 애를 쓰지만, 전반적으로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되도, 정말 어렵게 증인이 나서도 자백이 있지 않으면 유죄추정이 불가능한 당시의 사법구조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도 결정적인 한 마디 때문에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은 나왔지만 그것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은 셈이다.





동토의 땅이라는 의미의 이 영화 제목이 주는 것처럼 미국의 어느 변방이나 다름없는 알래스카에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가 있었는지 아직도 파악이 안되었다고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셈이지만 엔딩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면면이 무척이나 슬퍼보였다. 사람이 사람을 무력으로 해칠 수 있다는 게 참 무서운 일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녀는 왜 이 추운 거리에서 서성거리는 걸까 보호받지 못했다고 그렇다고 막 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프로즌 그라운드 (2014)

The Frozen Ground 
8.7
감독
스콧 워커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존 쿠색, 바네사 허진스, 딘 노리스, 지아 만테냐
정보
범죄, 스릴러 | 미국 | 90 분 | 201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