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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넛잡 : 땅콩 도둑들 - [리뷰] 함께 나누면 모두가 배불러요

효준선생 2014. 1. 30. 07:30






  한 줄 소감 : 땅콩가게 차리고 싶다.
 





화 넛잡: 땅콩 도둑들이 화제다. 한국 벤처기업의 기획, 그리고 캐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공동협업, 거기에 미국 배급사가 손을 잡고 미주시장에 내놓은 결과가 생각 외로 잘 나오는 중이라는 외신 때문이다.





이 영화는 뉴욕의 어느 한적한 공원과 인근의 이면도로에 접한 땅콩가게, 은행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른바 케이퍼 무비다. 케이퍼 무비란 한마디로 도둑질하는 과정을 영화적 장치를 총동원해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 액션의 하위장르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묘한 심리를 자극하는 이런 영화로 대표적인 건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한국 영화 도둑들이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해서 이렇게 케이퍼 무비를 선보인다는 게 다소 어폐가 있지만 이 영화는 훔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민다는 것보다 올바른 리더란 무엇인지, 그리고 자기 것으로 쌓아둔다는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바로 잘 나누는 것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설파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선 성장과 분배라는 이질적인 경제적 화두를 두고 진영으로 갈려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정치권, 재계, 그리고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복지를 우선 순위에 두자고 말들은 많았지만 아직도 가진 자들을 위한 복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가 바로 제대로 된 분배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 작은 공원엔 여러 동물들이 각자가 마련한 식량을 한 곳에 모으는 장면이 나온다. 나무 등걸 사이 공간에 겨우내 나눠먹을 양식을 저장하는 건데 올해는 흉년에 다름없다며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내핍과 긴축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재미있는데 왜 한 곳에 모아두는 건지, 그리고 체형도 식습관도 다른 각각의 동물들이 과연 제대로 자기 몫을 나눌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마저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말썽꾸러기 설리라는 다람쥐 때문에 홀라당 태워먹고 아사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영화는 설리라는, 종래에 보던 정통파 히어로와는 거리가 먼, 일견 외톨이 같기도 하고 개구쟁이 같기도 하고 남들과 달리 절대로 자기 몫은 따로 챙겨두는 욕심꾸러기 같기도 한 캐릭터가 주목받는다. 말 못하는 생쥐 친구 한 마리만 그에겐 벗이지만 설리는 오로지 자기 생각한 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은행을 털려고 하는 범죄자들이 운영하는 땅콩가게를 노리는 과정도, 나중에 모두가 위기에 처하게 된 상황에서도 그는 결코 자신의 습성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 그가 깨닫게 되는 가치관 역시 영화가 의도하는 것 일뿐 본질은 역시 잘 챙겨두는 것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과연 그는 이 시대의 보편적 인간형과 얼마나 닮은 것인가.





그에 비해 공원 동물의 수장으로 나오는 너구리 캐릭터 라쿤의 경우는 왜곡된 보스의 타입이다. 다수를 향해 더불어 살자고 외치면서도 결코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수장의 모습은 은행털이범에게도 보인다. 부하들을 시켜 온갖 잡일은 다 시키고 막판 은행을 털면서 얻은 재화를 혼자 독점하려는 모습이 마치 요즘의 누군가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영화는 다수의 동물들이 등장하며 자신의 것을 충족시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견지한다. 훔친다는 동작에만 집중하면 웃음도 유발할 수 있는 코믹한 장면들이 많지만 더 중요한 건 훔친 것으로 다수가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결론적으로 성장보다는 분배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이 영화를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한편의 경제학 개론을 보는 것 같지만 아이들의 눈에서 보면 신나는 동물 친구들의 어드벤처 모험담 정도로 이해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견과류가 자꾸 땡기는 건 자연스러운 식욕의 반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땅콩가게에 설치된 쥐덫 앞에서 치즈를 들고 있는 다람쥐와 생쥐의 모습. 우리 서민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넛잡: 땅콩 도둑들 (2014)

The Nut Job 
9.1
감독
피터 레페니오티스
출연
엄상현, 박지윤, 변영희, 유해무, 윌 아네트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 한국, 캐나다, 미국 | 86 분 | 2014-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