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 [리뷰] 젊은 날의 환상적 초상화

효준선생 2014. 1. 28. 07:30






   한 줄 소감 : 견디기와 버티기에 들어간 청춘에 대한 판타스틱한 격려사 
 






대 거리의 악사인 경천은 시쳇말로 88세대다. 조금 관심있게 그의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그만도 못되는 것 같다. 옥탑방에서 달팽이처럼 기거하지만 달세도 여러 달 밀린 걸 보면 그의 심적 부담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래도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아직 세상이 자신의 재주를 알아봐주지 않을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나은 나날이 자신을 찾아와주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우주공간을 유영한 지 어언 20년, 사람 나이로 치면 은퇴할 나이지만 이젠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더 이상 전원장치에 충전이 되지 않으면 그냥 우주에서 쓰레기처럼 떠돌다 어딘가에 처박힐 신세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참 아름답다. 한곳만 들여다보니 아름다운 게 눈에 들어온다. 바로 경천이가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이다. 이렇게 두 사람, 정확하게는 한 남자와 기계의 만남이 영화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다.





이 영화는 토종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느낌을 줄 정도로 눈에 익는다. 그림체도 서사방식도,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도 세태를 꼭 닮아있다. 81분이라는 장편영화의 기준을 꼭 채운 이 영화의 대부분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요즘 유행하는 퇴행적 힐링과 좀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록 인공위성이라는 기계에서 출발해 여자사람의 모습을 하고 지구, 그것도 한국 서울에 왔지만 일호는 젊은 세대에 앞선 선배 세대다. 비록 유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끝까지 흔들리는 청춘의 아이콘 경천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청춘은 늘 그런거야 라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끊임없이 보살펴 주고 관심을 거두지 않는 지속적 자애와 닮아 있다.





사실 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끈은 없다. 그의 음악이 좋아서 그의 곁에 머문다는 설정이지만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없는 겉모습만 인간인 일호와 사람의 모습도 갖지 못한 채 얼룩소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괴물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경천의 모습을 대비하고 보면 그 두 사람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해체하고 나면 너무나도 외롭고 우울할 것 같았다.





경천이 생활비 조차 조달하지 못하거나, 사랑하는 연인조차 제대로 붙잡지 못하며 허둥거리는 모습은 결코 낯선 모습들이 아니다. 경제적 이유로 삼포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청춘들, 경제호황기에 한몫 잡아 놓고 요즘 애들은 정신적으로 나약하다거나 아니면 도전정신이 없다며 비아냥거리며 남는 것들을 던져주고 서로 물고 뜯어먹는 장면을 보며 가학적으로 웃는 앞선 세대에게 이 영화는 도리어 묻고 있다.





경천과 일호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화장지 마법신 캐릭터도 있지만 겨우 남은 몸뚱이까지 앗아가려는 오사장과 아예 존재자체를 태워버리고 말겠다는 소각자 로봇의 모습은 극악한 수준에 와 있는 갑을관계의 반영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설사 제 몸을 완전히 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 세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한 희망은 홀씨처럼 전파될 것이라는 믿음같은 것 말이다. 얼핏보면 설렁설렁해 보이는 애들용 만화영화같아 보이지만 이 영화만큼이나 요즘을 잘 반영한 영화 또 없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세상 사람들은 얼룩소로 변한 경천에게 그저 괴물이라 했다. 그런 괴물에게 손을 내민 건 

언제 용도폐기될 지 모르는 낡은 인공위성의 현신인 일호 뿐이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2014)

The Satellite Girl and Milk Cow 
7.8
감독
장형윤
출연
유아인, 정유미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어드벤처 | 한국 |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