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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끓는 청춘 - [리뷰] 추억은 방울방울, 그립구나 그 시절

효준선생 2014. 1. 26. 07:30






  한 줄 소감 : 그 시절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중년들에겐 즐거운 선물
 





춘기를 지나 아침마다 고추가 빳빳해진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자신도 어른이구나 싶어 흥분도 해보지만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학생이라 부르며 애들 취급을 한다. 혈기왕성한 시절, 질풍노도의 시절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동네에 나가 연약해 보이는 애들 돈도 뜯고 무리지어 돌아다니며 민폐도 끼치지만 여전히 어딘가 허전하다. 10대 후반,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남자 아이들의 모습이다.





1982년 5월이면 프로야구가 생겨 시즌이 막 시작했던 그 무렵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서슬퍼렇게 국민들의 목줄을 움켜쥐던 시절, 충청남도 홍성의 한 고등학교를 파고든 카메라 앵글은 소두에 긴다리를 내세워 일단의 여학생들을 무장해제 시키던 한 녀석을 따라간다. 녀석의 하루는 단순하다. 교실에서 무의미하게 수업을 끝내고 나면 여학생 꼬시기 작업을 하고 늘상 들르는 중국집, 빵집을 지나치지 못하며 어설프게 만들어 놓은 자기만의 아지트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루틴할 것 같은 이 녀석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진지는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나이로 따지면 지금 마흔 후반이나 오십대 초쯤 되었을 중년의 남성들에게 이 영화는 어떤 소구를 하고 있을까 단순히 그 당시에 사용했던, 지금은 정말 찾아보기 힘든 추억의 물건들을 찾아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면 이 영화는 박물관에 가는 것보다 재미없다. 하지만 근 3,40년 동안 기억 속에 가둬두었던 첫사랑의 새콤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나도 저런 사랑을 해본 적 있었다면서 즐거운 과거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최면효과 만점인 셈이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 사람들은 과거지향적이 된다고 한다. 현실의 답답함과 미래를 구상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남은 건 결국 한때나마 달콤했던 과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무미건조한 삶을 산 사람에게도 한때는 잘나가던 때 한 두 번은 있었을 것이다. 영화 피끓는 청춘은 바로 이 떠올리면 서 자기도 모르게 홍조가 피는 그때 그시절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녀석과 완전히 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녀석에게 동화되는 건, 사랑이라는 가치는 크게 다른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녀석에겐 두 가지 사랑이 있다. 자신이 좋아는 사람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어떤 사람에게 더 사랑을 하게 될까하는 다소 유치한 선택을 강요하지만 사랑에 눈이 멀게 되면 사랑의 행위는 좀 유치하게 된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지만 외사랑과 짝사랑의 근사치가 아닐까 싶다.





고딩의 사랑이라는 게 요즘처럼 원하면 바로 대시하는 걸로 끝나는 그런 때가 아니기에 이들의 밀당하는 모습을 보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다소 진부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세대의 사랑을 하트 뿅뿅날리는 걸 보지는 못하더라도 사랑을 하다보면 분명 언젠가 비슷한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땐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이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을 것이다.





충청도 시골 학교에서 벌어진 좌충우돌 청춘의 사랑이야기 일뿐이지만 나이차이 얼마 나지 않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인지라 상당히 몰입해서 봤다. 더불어 배경으로 등장하는 수십가지 추억의 물건들도 저런 건 어디서 났을까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들여다 보게 된다. 예를 들어 파란색 페인트 칠을 한 빙수기계, 맥가이버 칼, 콤파스, 교련복, 아식스 운동화, 파란 비닐우산, 영화 애마부인과 수시로 흘러나오던 산울림, 송골매의 히트넘버들. 보고 듣고 있으면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기럭지가 장난 아닌 모델 출신 남자 배우들과 상대적으로 단신에 속하는 두 명의 여배우들이 마치 어린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장면들이 요즘과는 확연하게 다른 뭔가를 느끼게 한다. 복고가 쉴새없이 돌고 돌며 등장하는 요즘, 이 영화는 복고 영화란 이런 것임을 표본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피끓는 청춘 (2014)

8.6
감독
이연우
출연
박보영, 이종석, 이세영, 김영광, 권해효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한국 | 121 분 | 201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