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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모닝 맨하탄 - [리뷰] 영어보다 자랑스러운 엄마

효준선생 2014. 1. 23. 07:30






   한 줄 소감 : 외국어 못하면 어때, 사는 데 아무 지장없다
 




국처럼 외국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운 나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스스로가 해당 외국어(대개는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외국인을 기피하려드는 것도 있지만 외국인들도 한국인들은 영어 못해! 라는 선입견을 가진 건 아닐까 의문이 든다. 북경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눈이 아닌 귀로 들리는 발음만 들어도 이내 어느 나라 사람인 걸 알아챌 수 있는 건 모국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억양이나 발음을 제거하지 못한 탓이다. 유럽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다들 영어를 잘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고,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도 영어는 어디서나 통용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타인과 다름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거나 혹은 지레짐작으로 어떨 것이다라는 선입견에 대해 유쾌한 해석을 내린 영화 한편이 소개되었다. 바로 인도 영화 굿모닝 맨하탄이다.





제목만 보면 미국의 로맨스 코미디 정도로 보이지만 130분을 훌쩍 넘기는 인도영화다. 인도영화를 몇 편 본 사람이라면 뮤지컬을 차용한 독특한 설정이라든지, 혹은 신파에 가까울 정도로 감정을 자극하는 대사, 과도한 배경음악에 익숙할 텐데 이 영화는 그런 게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았던 건 영어만능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처지도 이 영화의 주인공인 어느 인도 아줌마의 그것과 진배없다는 공통점때문이다.





아이 둘을 잘 키워냈고 남편 내조도 잘하고 집안일도 무리없이 해내는 말그대로 현모양처인 인도 아줌마 샤시,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은근히 살림이나 하는 아낙네로 치부하고 큰 딸은 엄마를 영어도 못하는 무식쟁이라며 비하기 일쑤다. 못내 서럽지만 자신의 처지에 대해 뭐라 하지도 못한 채 속만 상한다. 그러던 중 미국에 사는 조카가 결혼하다며 초청을 하고 샤시에겐 새로운 곳에서의 인생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이 영화에선 살림만 한 아줌마가 외국에 가서 그 나라 말을 한 달 정도 배우며 삶의 자신감도 키우고 가족의 인정도 받는다는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실상은 인도가 가지고 있는 여권신장에 대한 씁쓸한 자화상이다. 얼마전 여성에 대한 집단 성추행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솜방망이 처벌이 뉴스에 오르내릴 정도로 인도에서의 여성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이 영화에서 샤시가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내서 만드는 라두 라는 인도의 디저트가 자주 나오는데 맛은 있지만 오로지 여성의 노동력만으로 만들어야 하는 일종의 질곡처럼 그려진다.





뉴욕의 맨하탄, 온갖 종류의 인종이 한데 모인다해서 인종의 용광로라고도 불리는 그곳이지만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에 대한 모멸에 가까운 냉대는 이 영화에서 카페에서 주문하는 장면으로 치환된다. 외모와 차림새만 봐도외국인임을 알면서도 말이 안통하다고 막 대하는 카페 직원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들도 그곳에 처음 가면 저러지 않을까 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든다. 그게 영어완전정복이라는 욕구를 자극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어는 까짓 도구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애잔하기 까지 했다.





외국어를 잘한다는 건 앵무새처럼 외어서도 불가능하고 그 나라의 문화에 침잠해서 그 나라 사람들 마음까지도 읽어낼 수 있을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모인 각국의 학생들의 면면을 보면서 북경에서 공부하던 때 생각도 나고, 잘못된 표현으로 망신당하거나 도저히 알아듣지 못해 쩔쩔매던 때도 떠올라 한참을 몰입해서 보았다.





비단 영어를 못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의 나열외에 가족이란, 좀 부족한 면이 있어도 멸시하거나 비하하지 말고 부족한 면을 서로가 채워줘야 하는 존재라며 조카의 결혼 축사를 하는 모습이 참 찡했다. 더듬거리면서도 의사표현을 하기 위해 애를 쓰던 어느 인도 아줌마의 모습을 보면서 유식한 엄마로서의 자부심이 아니라 엄마역시 집에서 일만하는 존재가 아닌 엄연한 가족 구성원의 일원임을 깨닫게 해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굿모닝 맨하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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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감독
가우리 신드
출연
스리데비, 아딜 후세인, 메디 네브부, 프리야 아난드, 술라바 데쉬판데
정보
드라마, 코미디, 가족 | 인도 | 133 분 | 201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