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들개들 - [리뷰] 산 마을에 밤이 내리면 공포가 찾아온다

효준선생 2014. 1. 17. 07:30






    한 줄 소감 : 그릇된 담합과 침묵이 만들어내는 공포란?
 





이 내린 어느 오지 마을, 잇따른 실종사건이 발생했지만 세상 아무도 그 일을 알지 못한다. 오직 그날의 일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의 침묵만 헛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곳을 찾은 외지인, 그 마을을 찾아갔다 한 뒤에 종적을 감춘 선배 기자를 찾아 왔지만 휴대폰도 두절이고 인적도 찾을 길 없다. 도대체 이 마을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화 들개들은 한적한 오지 마을에서 벌어진 인면수심의 범죄 행각과 자신들의 범행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현장을 제 3자의 눈으로 지켜보는 본격 미스테리 스릴러물이다.





오랜만에 작품활동에 나선 남성 듀엣 UN의 전 멤버 김정훈이 기자로 나와 모든 사건에 직면하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수염을 조금 기르고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곱상한 외모가 보이는 그에게 이번 영화의 선택은 의외로 보인다. 하지만 말랑거리는 로맨틱 코미디보다 이 영화를 통해 확실히 자신의 연기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자신이 불륜의 한 복판에서 누군가에게 살의를 느낀 적이 있는 그, 연적을 찾아 나선 길에 생각지도 못한 험한 일이 발생했고, 그 진실을 알아갈수록 자신의 명(命)도 최촉(催促)할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을때의 두려움. 기자로서의 마지막 사명감이 그를 불러 세우지만 그 역시 나약할 수 밖에 없는 한 자연인임을 영화의 말미에 보여준다. 그리고 허망하게 외칠 뿐이다. 들개같은 놈들이라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엽기적인 사건 사고들, 처음에는 세상에 어떻게 그런일이 있을 수 있나 싶겠지만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면 무덤덤해지고 마는 현상들, 다수의 가해자와 한 명의 피해자라면 이야기는 뻔한데도 마치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들이 사회의 구성원들의 도덕성을 부식해왔다.





산골 오지마을에서 병든 엄마와 기거하는 여자아이에게 이웃 어른들의 호의는 불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공동의 용처”가 되고 말았고 간헐적으로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자들 역시 단명하고 만다. 이런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마을 입구에 뜨악하게 서있는 범죄없는 마을이라는 푯말이 어이없지만 세워진 날짜를 보니 벌써 15년전 일이다. 그 시간의 이격은 의미가 있다. 그 옛날 상휼(相恤)의 정이 돈독하던 때, 이웃이 탈이 나면 제 집 일인양 나서 도와주었던 적이 있었건만 시간이 흐르며 세상은 서로 먼저 잡아 먹는 게 주인이 된 정글이 된 셈이다. 인정은 각박해지고 사람은 거죽만 사람이고 마음은 짐승이나 진배없어졌다. 누굴 탓하고 욕하겠는가.





이 영화 후반부는 앞 부분의 답답하게 당하고만 살던 가여운 소녀의 복수의 눈빛을 볼 수 있다. 그것이 현행 법률에 의거, 정당방위인지 아닌지는 이 영화에선 중요하지 않다. 살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욕망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세상에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살육의 현장이 마치 고깃덩어리 하나를 놓고 덤비는 들개들과 닮았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을 찾아야 마땅하지만 최소한 이 영화에서 “들개”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모두의 사고를 잠시 마비시킬 영화 들개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들개들 (2014)

8.2
감독
하원준
출연
김정훈, 명계남, 차지헌, 이재포, 김성기
정보
스릴러 | 한국 | 99 분 | 201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