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윤희 - [리뷰] 그녀는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예요

효준선생 2014. 1. 19. 07:31






   한 줄 소감 : 억울하게 사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기운 내시라고...
 






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다수의 여성들이 곱게 차려입고 앉아 토크를 나누는 걸 보게 되었다. 말투를 보니 탈북여성으로 보이고 개중에 남남북녀라는 말을 증빙하듯 청순 미모를 자랑했다. 그들이 이렇게 대중 앞에 얼굴을 내밀고 북한의 어제를 무용담삼아 얘기하는 걸 보니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무슨 이유가 되었든 제 고향을 떠나 체제와 삶의 방식이 다른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애를 쓰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로 보이지만, 곱게 단장하고 있는 모습이 어딘지 어색해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 윤희의 주인공, 박윤희. 이름도 생김새도 참 곱다. 하지만 그녀의 현실은 위에 말한 방송용 패널과는 다르다. 그녀를 괴롭히는 이곳에서의 두 가지 고통. 하나는 아직도 중국에 남겨둔 딸 아이를 찾아와야 한다는 것,그리고 오토바이 사고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치는 바람에 송사에 휘말려 있다는 것. 둘다 돈과 관련된 고통이지만 그녀에겐 그런 것들이 자신의 지지리 박복한 운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생명력도 참 대단했다. 모자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리모를 한다하고, 여러 가지 알바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중엔 돈을 밝히는 변호사를 대신해 자신이 직접 항소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곳에서 발붙이고 산다는 건 두려움이다. 물정에 어둡다 하여 마치 자신을 속이려고만 드는 것 같고, 막상 일에 닥치자 두렵기까지 하다. 그런 윤희를 도와주려는 주변 인물들이 있기에 그나마 행복해 보인다. 이렇게 근근하게 버티는 그녀에게 인생은 언제나 불행만 함께 하는 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정의는 언젠가 밝혀진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 영화는 외면치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목숨을 걸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곳으로 탈출하는 수많은 난민들이 있을 것이다. 비단 북한 사람들만이 문제도 아니다. 정든 고향을 버리고 목숨만 부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무엇을 못할까 싶겠지만 그런 것도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의 자해 공갈단 부부의 모습도 그 하나의 예증이다.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고 도와주는 장면들은 사실 그것들이 정제되지 않고 다소 거친 면이 있어 보이는 작위적 설정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후반부 법정 다툼 장면이 후련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작은 영화지만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저렇게 애를 쓰면 그래도 작은 행복은 얻을 수 있으리라는 당연한 희망을 안을 수 있음에 좋았다.





‘최강 동안’이라는 타이틀에 스스로를 가두며 살았다는 최지연 배우가 탈북자 출신의 여성 윤희 역할을 맡았다. 임산부의 모습으로 사투리 연기에 곱게 치장할 일이 전혀 없을 이번 역할을 위해 각오를 다진 모습들이 다수 보인다. 근데 민낯도 여전히 아름답다. 영화를 보면서 자꾸 그녀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윤희 (2014)

4.6
감독
윤여창
출연
최지연, 황석정, 김재록, 이설구, 전주우
정보
드라마 | 한국 | 89 분 | 201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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