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 [리뷰] 그는 알고 있었을까 제 눈에 씐 콩깍지를...

효준선생 2014. 1. 14. 07:33






  한 줄 소감 : 나쁜 '놈'의 사랑도 꾸미기 나름이다.
 





랑이라는 단어엔 여자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영화 속 남자들의 순애보가 더욱 보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왔다고 말한다면 그런 영화, 몇 편 골라보라고 할 것이다. 이런 물음에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비교적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최근 한국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는 장르 영화들이 주로 스릴러나 범죄극등에 몰려 있었던 반면, 정통 멜로들의 약세에 대해 가장 마음이 갔던 배우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배우 황정민이었던 것 같다.





작년 봄 영화 신세계(씨네필 소울이 꼽은 2013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를 통해 조폭 세계를 실감나게 연기했던 그는 작정하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해당 제작사와 의기투합하고 같은 영화에서 애를 썼던 연출부를 불러, 팀을 만들고 그렇게 꾸민 영화가 바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다. 





멜로 영화에서 주인공 하나는 죽어야 한다는 공식을 이 영화도 충실하게 따라간다. 게다가 나쁜 삶을 살면서 어느날 첫눈에 반한 이성에게 순정을 다 바친다는 설정도 어디선가 본 듯 하다. 그리고 처음엔 척을 지고 살았던 주변 인물들과 적절하게 화해를 하는 장면들도 낯익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종래의 신파조의 멜로물과는 무엇이 다를까





바로 '남자'라는 한 개인을 집중 조명하는데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서민가족의 둘째 아들, 이발관을 하는 형에게 눈칫밥을 얻어먹고, 가방끈도 짧다. 채무를 받아내는 데는 수완이 있지만 그것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많지 않다. 사랑이라는 것도 술집 여자로부터 이잣조로 하룻밤을 부비는 말고는 해본 적도 없다. 그저 남들 눈에 비루한 삶이다. 조폭이나 건달 수준의 일상에서 그를 벗어나게 해줄 만한 사건은 그가 가장 잘하는 빌려간 돈 받아내는 현장에서 였다. 아픈 아버지를 간호하는 여자, 은행에 다니고 빚에 쪼들리는 그녀, 사채를 빌려갔다는 이유로 신체 포기각서까지 써야 하는 신세인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 두 사람의 만남이 순탄치 않을 것임은 대번 알아 챌 수 있는 순간들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 남녀를 비교하면 묘한 동질감이 있다. 마치 두 사람을 병렬로 세워놓은 듯 하다. 두 사람 모두 화목한 가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둘다 병든 윗 세대를 모시고 있고, 차원은 다르지만 둘다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랑, 해본 적이 없는 없다. 이 두 사람이 어떤 사랑을 하게 될지 눈에 선하지만, 그 마저도 안심되지 않는 건, 어쩌면 새드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마니아적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난이 무조건 슬픈 건 아니다. 이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것도 그다지 많지 않다. 사채업을 하는 남자도 그 조직에선 2인자 정도는 되어 보이고 보스와 호형호제 하는 걸 보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긴 병에 효자없다며 그녀를 괴롭히던 병구완도 끝이 나고 조금씩 줄여 살기만 한다면 나름 즐겁게 살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을때 시너지가 아니라 서로에게 상극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사랑을 하면서도 불안하고, 그걸 억지로 눌러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 겠다면 감추는 것도 마뜩치 않다. 확실히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강해 보였다. 시간을 앞으로 당겨 남자가 처한, 이전보다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그는 여전히 사랑에 반신반의하는 여자 주변을 맴돈다.





겨울 한 복판에 만난 사랑이야기기, 걸쭉하게 뽑아낸 한 남자의 사랑이 혼자만의 타령이 아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희망곡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세상에 모든 사랑 이야기가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로 끝낼 수 없음에, 파란 하늘만 봐도 문득 떠오르는 지나간 사랑이 더 간절했음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사랑은 하고 있을땐 그저 좋기만 하지만 사랑이 자기 곁에서 멀어져 버렸을땐, 그 아련함이 눈물을 쏟게 하는 최루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한 번이라도 이런 사랑을 해본 적이 있다면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 공감하게 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웃음 포인트 : 방구 뽕, 사랑한다 ㅆㅂ/ 박**이 선수 친 드루와 드루와 / 옷차림이 위협적이야







남자가 사랑할 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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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한동욱
출연
황정민, 한혜진, 곽도원, 정만식, 김혜은
정보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