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리뷰]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효준선생 2014. 1. 16. 07:30

 

 

 

 

 

  한 줄 소감 : 푸른 빛 염색 머리카락이 옅어지며 변해가는 사랑을 지켜보다

 

 

 

 

 

등학생이었던 그녀가 애초부터 동성애자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 보란 듯 학교 선배와 첫 경험을 하고 나서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낀 뒤 그녀는 우연히 파란색으로 염색을 한 여자를 만나 그녀에게서 그 허전함을 채울 뭔가를 발견한 뒤부터였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제목은 형용모순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색이라 하면 붉은 계열, 혹은 노랑 이런 쪽으로 연관짓는 색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난데 없는 파랑이 가장 따뜻하다고 하니, 영화 속 특정 상황을 찾아내야 겠다는 쓸데없는 각오를 다지게 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왜 블루가 따뜻한 색이라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만약 블루가 파랑색이 아닌 외로움이나 우울함을 의미하는 형용사였다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극히 외롭거나 우울한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동성에 대한 호기심이 육체적 마찰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순간, 사람들은 움찔하게 마련이다. 소위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호모 포비아라는 관념에서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이 지독한 동성애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영화에서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레즈비언 커플의 성애 장면을 빼고 우리가 의미를 구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단순히 성애장면만을 보기 위해 무려 170여분을 기다려 가며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혹자는 이 영화를 주인공인 아델이라는 여성의 성장기록이라고 하지만 중간에 한 번 정도 시간이 흘렀다는 걸 인식하는 설정의 변화가 아니라면 이 영화를 성장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학생시절과 유치원 선생으로 일하는 각각의 시절, 아델에게 주체적 변화란 없었다. 오히려 상대역으로 나온 엠마의 심적 갈등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아델과 엠마의 만남 자체가 다소 극적이다. 건널목에서 스치듯 지나친 인연, 그리고 레즈비언 바에서의 만남 이후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이윽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관계가 된다. 친구에게 서로를 소개하고 양가 어른에게도 서로의 존재가 인식되어졌다. 하지만 이성사이에도 마찬가지로 사랑만 하고는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그림을 그리는 엠마와 달리 아델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준비가 많이 부족한 캐릭터다. 시간이 건너 뛴 뒤 두 사람이 동거를 하는 일상에서 더욱 그 차이가 느껴졌다.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엠마와 달리 아델은 집안에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접대하는 걸로 만족하고 산다. 마치 전형적인 良妻의 모습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건 동성애자들에겐 일종의 터부와 같은 것 때문이다. 바로 이성과의 만남, 이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건 한 남자였지만 그 보다 더 중요했던 건 성적 정체성과 달리 사회인으로 당당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엠마와 달리 작은 소일을 하며 현실에 만족하고 오히려 엠마와의 사랑 유지에 더 매달린, 이렇게 두 사람의 인식차이가 불러온 파경은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결국 블루가 상징하는 건 따뜻함 보다는 그 어떤 사랑을 하든 책임이 뒤따를 것이며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없이 쓸쓸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같아 보였다. 엠마의 초대전에서 마치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모습의 아델이 그곳을 빠져나와 뒤돌아서 가는 뒷모습이 처연해보인 이유는 혼자만의 사랑, 그 후유증 탓으로 보였다.  

 

 

 


두 여배우의 강렬한 정사신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을 돈다. 특히나 7분여에 가까운 노골적인 성애장면은 어떻게 연기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농도가 짙었고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이 야릇하게 교차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4)

Blue Is the Warmest Color 
8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출연
레아 세이두, 아델 엑사르쇼폴로스, 살림 케치우체, 제레미 라오, 카트린 살레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프랑스 | 179 분 | 201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