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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일을 쓴 소녀 - [리뷰] 강요에 의한 삶은 견딜 수 없다

효준선생 2014. 1. 18. 07:31





   한 줄 소감 : 있기 싫은 곳, 하기 싫은 일을 할때처럼 숨막히는 것도 없다
 





녀가 원치 않는 수녀원에 가게 된 건 종교적 신념이나 가난한 집안 사정만은 아니었다. 세 자매 중 막내인 그녀가 베일을 뒤집어쓰고 이전 삶과는 확연하게 다른 수녀원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마치 하기 싫은 일을 호구지책 때문에 억지로 하면서 사는 요즘 직장인들의 모습과도 비교가 되었다.





영화 베일을 쓴 소녀는 집안 어른의 강권에 못 이겨 본인은 정말 가기 싫었던 수녀원에 보내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를 억압받던 18세기 유럽의 어느 지방의 왜곡된 개인에 대한 질곡과 뒤틀린 성(性)의 인식들을 담담하게 그린 블랙 코미디가 깔린 드라마다.





주인공 소녀, 수잔 애초부터 그녀의 세상 나들이는 당시 사회통념상 환영받지 못하는 케이스였다. 남편이 아닌 외간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가 홀대를 받아야 하는 설정은 충분히 그럴만도 했다. 엄마의 부정(不貞)의 속죄는 자신의 딸을 통해 신에게 의탁(依託)이 되고 그런 그녀의 삶이 온전하게 흘러갈 리 만무했다.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오프닝에서의 에피소드를 지나 그녀가 수도원 생활을 하게 된 두 번 째 이야기 단락에 이르면 그녀의 고집스러운 성격도 제대로 드러난다. 다른 여자 아이들은, 예를 들어 집안이 가난해서 입 하나 거들 셈이거나, 혹은 고아로 자라났다든지 하여 수녀원에 들어오곤 했지만 자신이 왜 여기와서 원치도 않는 서원(誓願) 따위를 해가며 답답한 수녀원 생활을 해야 하는지 이해조차 못하는 수잔으로서는 당연히 해볼 수 있는 저항이었다. 어찌보면 수녀로서 신에게 봉헌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신의 영역의 그림자가 짙었던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일인 셈이고, 그녀를 아껴주었던 늙은 원장 수녀의 죽음과 새로 맞은 젊은 원장 수녀의, 그녀를 보는 눈이라는 건 그저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수잔이 만나는 세 명의 원장 수녀들의 성격은 이 영화의 주제와도 닮아 있다. 온화한 성격의 수녀, 매사에 까칠하게 대하는 수녀, 마지막으로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수녀등, 이들 사이에서 그녀의 정신적 혼란은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리 만무했다. 더불어 이들을 오가는 과정 자체가 마치 어느 감옥 생활을 하다 이감되는 수형자의 그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선택은 결코 존종되지 않는 삶, 태어난 것도, 어떤 집에서 살아가는 것도, 어떤 종교나 어떤 생활을 하는 것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쪽으로 흘러나가는 모습들이 그 당시 어린 여성에 대한 피동적 삶의 강요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구원해주려고 애를 썼던 몇몇의 일면들 조차 한 줄기 빛인 건지는 불분명하다.





엔딩에서 그녀는 정원이 넓은 집에서 조망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가 입은 화려한 옷과 더불어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과연 그녀는 자신의 삶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열 여섯, 오래 산 삶은 아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베일을 뒤집어 쓰고 살아야 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자명하다.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의 소중함. 그것이다. 2013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후보작이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베일을 쓴 소녀 (2014)

The Nun 
8.6
감독
기욤 니클루
출연
폴린 에티엔, 이자벨 위페르, 마르티나 게덱, 루이즈 보르고앙, 프랑수아 네그레
정보
드라마 | 프랑스, 독일, 벨기에 | 114 분 | 201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