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캡틴 하록 - [리뷰] 지구에 희망의 싹을 틔우다

효준선생 2014. 1. 15. 07:04






   한 줄 소감 : 확실히 화면발이 좋다. 간혹 실사를 그대로 썼나 착각이 들 정도로...
 





본의 지정학적 위치를 보면 영화 캡틴 하록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 하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대륙의 동쪽 끝 섬 몇 개로 이뤄진 열도국가. 어디론가 영토를 넓히고 싶어 안달하지만 갈 곳이 없다. 거친 바다를 건너야 하고 겨우 육지를 발견했지만 그곳엔 이미 자신들보다 더 오랜 세월을 터잡고 살고 있는 다른 민족들을 발견할 뿐이다. 그들을 자기네 나라 국민이 되라 하기엔 무력말고는 가지고 있는 문화적 소양도 별로 없다.





일종의 일본이 가진 딜레마였다고 본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언감생심인 우주로의 진출은 현재로서는 먼 나라 이야기지만 그래도 만화 속에선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는 걸 그들은 절박함을 통해 인지했던 것 같다. 남들은 로켓을 날려 보내며 이뤘던 우주 정복의 꿈을 그들은 펜과 물감을 이용해 이룬 셈이다.





미래의 지구,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은 점점 공유되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주로 나간 지구인들, 그곳에서 조차 발붙이고 살 수 없음을 알고는 다시 지구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포화 상태인 지구에서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할 건 타당해보인다. 이른바 우주 미아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개중에는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들도 출몰할 것이고 그들 중 한명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키맨인 하록선장이다.





하록이라는 캐릭터는 이미 무수한 만화와 만화 영화를 통해 어린 시절 우주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키거나 혹은 환기해 왔다. 그가 마치 혼란기에 불쑥 등장한 영웅과 동일시 되거나 심지어 하록 선장처럼 살고 싶다는 아이들까지 있었으니 그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던 셈이다. 비록 디테일한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아도 안대를 하고 긴 머리와 망토를 휘날리는 핸섬보이의 비주얼은 남자아이들에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 속 하록은 다소 시니컬하거나 비관적 사고의 소유자처럼 행동했다.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의 적을 물리치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지구를 상대로 뭔가 일을 꾸미려는 모습도 그러하고, 어쩌면 비극적 결말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우주 전함 속 비주얼이 대다수 인지라 배경이 어둡고 칙칙했던 점도 그랬지만 전투 과정을 통해서도 과연 그의 심리 최종 단계는 어딘지 잘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록 선장 말고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뭔가를 잃어버린, 그래서 다시 되찾고 싶어한 한 가지 가치에 몰두하지만 그것이 같은 것인지, 아니면 서로에게서 빼앗아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지 충분히 다가온 건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 인물에게서도 역시 희망을, 그리고 그 희망이 우리 모두가 염원해왔던 그것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 역시 비관적 기조로만 흐르는 묵시록은 아니었던 셈이다.





지구의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 영화에서 비춰지던 미래적 상상력은 얼마나 맞을 지, 매일 올려다 보는저 파란 하늘 뒤에서 치고 받고 싸워가면서 얻어낸 자유의 가치들이 숭앙된다면 우린 행복해질 수 있는 건지, 지금 발 딛고 사는 이 지구의 소중함은 나몰라라 하고 미지의 공간으로 가면 행복해질 거라 믿으며 뺏으려고만 한다면 그 자체가 욕심인 셈이다.





일본 영화 버전에선 오구리 슌등을 비롯해 여러 배우들이 더빙을 맡았다. 한국 버전에서도 류승룡을 비롯해 김보성, 서유리등 잘 알려진 연예인이 한 몫 했다(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캡틴 하록 (2014)

Harlock : Space Pirate 
8.9
감독
아라마키 신지
출연
류승룡, 서유리, 김보성, 오구리 슌, 미우라 하루마
정보
애니메이션, SF, 어드벤처 | 일본 | 115 분 | 201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