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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 - [리뷰] 인간 본성은 본디 악한 것인가

효준선생 2014. 1. 13. 11:00






   한 줄 소감 : 살인의 욕구도 유전이 될까? 
 




마 전 동물의 왕국에서 자신의 짝을 꼬셨다는 이유(해설자의 추측으로 들리지만)로 상대 숫컷을 죽어라고 물어뜯고 발길질을 하는 영장류의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좀 더 낮은 지능을 가진 동물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능이 높을수록 치정에 관한한 무자비한 건가 싶다.





영화 살인자의 주인공 남자가 왜 살인을 시작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 플래시백으로 보여준 화면을 통해 바로 이런 암컷의 바람때문임을 알 수 있다. 사랑해서 같이 사는 반려자가 다른 남자와 자기 집에서 알몸으로 나뒹구는 모습을 보고 눈이 뒤집혀진 그에게 칼이란 흉기라기 보다 지금의 분노를 실어 상대에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도구일 뿐이다. 그에게 솥뚜껑이나 바늘 한 쌈이 주어졌다면 그것 역시 살림에 유용한 가재도구가 아닌 살인 흉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장면들이 흉포하다. 살인자가 등장했기 때문이지만 아쉬운 건 살인자의 심리 상태가 보다 조리있게 드러났는가의 문제다. 누구든지 살의를 가지고 있다고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다. 하기사 자신의 콧잔등을 깨물고 도망가는 모기라든지, 혹은 맛난 음식을 먹기 직전 살포시 내려앉아 시식을 하고 있는 파리를 보면 잡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람이 같은 사람을 죽이는 건, 육식을 하기 위해 가축을 도살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건 마음속에 잠재한 타인에 대한 극단적인 분노의 표출인 살의를 누르는 것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시골로 내려와 살며 개를 기르는 남자, 그에겐 중학생 아들이 있다. 아버지와는 달리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개장수 아들이라며 놀려대는 학교 아들의 왕따에 대해서는 크게 반응하지 못하는 순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로서의 그는 어떤 마음일까 마침 같은 반으로 서울에서 전학 온 여학생과 친하게 되고 그 여학생과 아버지와의 구원(舊怨)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영화는 아연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과거의 어떤 사건과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로 아들이 그린 그림들이 나온다. 어릴 적 그린 그림들이야 그 수준에 맞게 조악해보이지만, 그 그림 하나가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사실이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든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보다 살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의 충격이 더 크다는 말은 이 영화에서 큰 모티프다. 그 슬프고 쓰디쓴 기억을 소멸하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살인마라는 이름을 쓴 남자가 아닌 듯 했다. 남들은 다 손가락질해도 아직 어린 자신에겐 큰 방패막이 되어준 아버지를 살인마로 봐야 하는 아들의 입장이 그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살인을 저지른 자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동기가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행위, 그것이 들통날까 두려운 마음 같은 보이지 않는 심리적 동인이 더 크게 좌우한다.





영화를 통해 혹시라도 구원이라거나 속죄의 그림자를 심어 놓지 않았을까 싶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그런 장면이 하나 있다. 아버지와는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 교사에게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이식받고 싶어 한 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정말 폭력의 유전자도 그대로 전해지는 건지 두려워졌다. 어른들이 저지른 만행의 끝에 아역들의 뚫고 지나간 험로를 바라다보니 타인을 해한다는 것의 후유증이 결코 단발적인 건 아니구나 싶다.(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살인자 (2014)

8.5
감독
이기욱
출연
마동석, 안도규, 김현수, 김민서, 김혜나
정보
스릴러 | 한국 | 76 분 | 201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