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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라잉 머신 - [리뷰] 쇼팽, 그를 알아가는 첫 걸음

효준선생 2014. 1. 13. 07:30





  한 줄 소감 : 서정적인, 그래서 좀 있어보이는 시간들
 





요즘엔 임신한 엄마들이 태교를 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뱃속 아기에게 들려준다고 하니, 아이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셈이다. 잘 생각해보면 클래식 음악에 비교적 직접 접하게 된 계기는 아마 중학교 음악 시간 때 내 준 숙제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당시 음악 선생님은 라디오 FM 방송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잘 청취하고 누구의 음악인지 그걸 노트에 정리해 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어른 마음에 집에서 누구의 음악인지는 잘 받아 적었지만 가요와는 달리 도대체 언제 끝나는 지 알 수 없어 무척이나 지루해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아이들에겐 클래식이란 다소 지루하고 그게 그거 같았던 클래식 음악이 성인이 되면 최소 몇 곡 정도는 알아야 유식한 체도 할 수 있는 사교의 무기로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은 적지 않다. 아마 시험 때문에 죽어라고 위한 덕분일 수도 있지만 음악만 듣고는 누구의 어떤 곡인지 알아 맞출 수는 수준까지는 언감생심이다. 대신 어느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장면에서 사용했다든지, 혹은 광고음악의 배경으로 사용했다고 하면 그게 청각에선 남지만, 더 이상 인지영역에서 상식으로 남기는 힘들다. 그저 다음에 다시 들을 기회가 있으면 전에 들었던 것 같다는 정도다.





영화 플라잉 머신은 이렇게 자주 들을 수 있는 클래식 넘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주 접하는 쇼팽의 연습곡(에뛰트)들과 야상곡들이 쉬지 않고 나온다. 특히 그의 야상곡은 일본의 멜로 드라마에서 자주 들었던 터라 무딘 귀를 간질이기에 충분했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했는데 초반부는 헤더 그레이엄과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이 등장하는 실사로 꾸며져 있다.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영국의 싱글맘이 일에 치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대동하고 랑랑의 공연장에 왔다가 공연에 몰입하는 아이들과는 달리 집도 사야하고 은행에서 대출도 받아야 하는 문제로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엄마로 대비해서 음악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랑랑이 무대에서 피아노로 근사한 연주를 하는 걸 배경삼아 스크린에서는 클레이메이션이 나온다. 해외로 일을 하러간 건설 노동자인 아버지와 친척 집에 맡겨진 딸,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이 망가진 피아노를 타고 세계를 유람한다는 판타지의 만화가 시선을 끈다. 내용 자체가 마치 열기구를 타고 세계를 유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아버지와의 조우를 갈망한 한 소녀의 꿈이라는 설정이 제법이었다.





후반부엔 공연이 끝나고 엄마의 부주의로 아이들을 잃어버리자 그녀 역시 랑랑이 연주하는 피아노를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는 건데, 이 부분에서 바로 쇼팽의 일대기가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병세가 완연해진 쇼팽이 영국, 프랑스, 그리고 전쟁에 휩싸여 돌아갈 수 없는 고국 폴란드까지, 물론 랑랑의 연주는 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실사와 배경으로 나오는 만화적 장치가 다소 언밸런스 했던 후반부보다는 다소 딱딱한 비주얼임에도 어린 여자아이와 그의 철부지 사촌 동생이 보여준 모험담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제작국인 폴란드와 영국은 그렇다고 치고 이 영화의 기획자로 이름을 올린 랑랑의 입장을 고려해 중국의 다양한 이미지들, 용이 나온다든지, 만리장성을 타고 넘는다든지 하는 것들은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클래식 음악이란, 다소 접하기 어려운 문화 코드를 아이들이 좋아할 구성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영화 플라잉 머신을 보면 귀에 남는 명곡 하나 정도는 얻어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라 할 수 있는 쇼팽 Etude Op. 10 No.3 (부제 이별의 곡) -  







플라잉 머신 3D (2014)

The Flying Machine 
8.5
감독
마틴 클랩, 게오프 린지, 마렉 스크로베키
출연
헤더 그레이엄, 랑랑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 폴란드, 영국 | 76 분 |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