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트롤 - [리뷰] 잘 생각하지 못하면 따라 잡지 못한다

한 줄 소감 : "누가 누구를" 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선입견을 뒤집어 놓다

하루에 몇 번이나 폐쇄회로에 자신의 모습이 찍힐까를 생각하면 집 밖으로는 단 한 발짝도 내딛을 수 없는 위축감이 든다. 별로 잘 못한 것도 없는데도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끔찍하게 생각할 법도 하다.

고도화된 도시일수록 이렇게 사회 구성원들을 감시하는 눈들이 많아졌다. 대개는 범죄예방을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를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동안 몇몇 영화에선 이렇게 이제는 網 개념이 되어 버린 폐쇄회로 카메라를 이용해 범죄의 장면이라든지, 혹은 추격하는 사람의 행적을 쫒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홍콩 영화 컨트롤은 아마 이런 쪽에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수준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복수를 위해 이렇게 감시의 눈을 활용했다면 상당히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영화 컨트롤은 한 남자에 대한 추격으로 시작한다. 좁은 골목에서 벌어지는 추격신은 예상외로 탈출하지 못하고 괴한들의 무리에게 잡히면서 끝이 나는데 영화는 바로 이 잡힌 남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들어가며 전개된다. 처음엔 돈뭉치의 행방을 놓고 아웅다웅하는 것 같았지만 이 영화는 과거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슬픈 과거를 복수하고 싶어한 한 남자의 치밀한 계획이었음이 마치 반전처럼 작용한다.

홍콩의 범죄영화라는 것들이 대개는 정의의 편과 악당의 무리들이 맞붙어 사필귀정이라든지 혹은 복수혈전이라든지 하는 비교적 눈에 익힌 설정과 주제를 놓고 한바탕 난장판을 이루지만 이 영화는 생각외로 사건을 꼼꼼하게 눈여겨 보지 않는다면 후반부에 설명하는 직접적인 묘사를 두고도 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화했다.

이를 두고 인테리전트 리벤지극이라고 부른다는데 그 표현도 맞는 것 같다. 평범한 보험영업직원 마크에게 닥친 불행한 현실, 누군가가 그를 휴대폰을 통해 통제하고 범죄를 저지르며 돈을 운반하게 시킨다. 무고한 희생자도 생기고 심지어 마크의 첫사랑 그녀까지 연루되게 한다. 그 와중에도 지금은 정신병원에 있는 그의 엄마까지 챙겨야 하니 그의 삶은 팍팍하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그 어수선한 돈 운반 과정은 자꾸 사람들이 끼어들며 누가 그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건지 도무지 알 수 없게 한다.

차라리 한 번에 일을 마무리짓는다면 이 영화는 별로 흥미롭지도 않을 것이다. 인질을 언급하고 돈을 가져오게 하고 그 지시를 정체 불명의 목소리를 통해 지시를 내린다면, 하지만 이 영화는 평범한 설정을 뛰어 넘는 한 가지 장치가 더 있다. 물론 무의미 해보였던 정신 병원의 엄마, 그리고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우연같은 첫사랑과의 만남등이 고도의 계략임이 밝혀지는 순간, 관객들은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지시를 받아가며 살고 있다. 무엇을 하라, 무엇을 하지마라 하며. 그런 이유로 하루를 다 보내도 마음이 편치 않고 내일은 또 무슨 일을 겪을지 고민이 된다. 이게 다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때문이라고도 하겠는데,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체념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 마크에겐 좀 다른 생각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한 대로, 그리고 그가 생각하지 않았던 대로 이야기는 정곡을 찔러가며 이야기를 교묘하게 직조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부잣집 둘째 아들 같은 풍모의 오언조가 이번 영화의 주연으로 나서 자신이 감내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무려 십 수년을 기다렸다가 분풀이 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해 중국 속담인 “사내라면 10년 복수도 늦지 않는다”는 말을 잘 지켜냈다. 도둑들로 익숙해진 임달화 역시 조금은 달라진 모습으로 선을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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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2014)

Control 

9.6

감독

필국지

출연

오언조, 임달화, 요신, 대립인, 소병

정보

액션, 스릴러 | 홍콩, 중국 | 93 분 | 201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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