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만찬 - [리뷰] 댁내 두루 평안하신지요?

효준선생 2014. 1. 11. 08:05






  한 줄 소감 : 모르는 사이, 한때는 북적거리던 식구가 하나씩 사라진다.
 





족이라는 말보다 식구라는 말이 더 좋다. 한데 밥상에 둘러앉아 한솥밥을 나눠 먹는다는 의미의 식구는 보다 정감이 든다. 그런데 요즘,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일 자체가 보기 힘들어졌다. 생활리듬도 다르고 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도 부담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졌다.





가족이 많으면 바람 잘 날 없다는 데 2남 1녀의 그 집의 상황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영화 만찬은 한때 처남 매부지간의 두 남자가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회사원인 장남, 그리고 이혼하고 남자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 동거를 했지만 아직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대리운전을 하은 남동생, 그리고 경제능력 없는 부모. 이들은 시나브로 자신들을 위협하는 외부로부터의 세파에 견디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의 위기는 겉으로 보기엔 돈이었다. 그 와중에 터진 커다란 사고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자리잡고 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형제의 과욕이 결국 그림자를 만들고 말았다. 실직당한 장남이 온 가족의 방패막이가 되기엔 무리로 보일만도 하다. 옛말에 화는 혼자 오지 않고 복은 겹쳐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을 위협하는 불안은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들 가족은 한 가지 성(姓)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성을 가진 사람들과 또 다른 가족을 이루고 있다. 공교롭게 각각이 처한 처지가 모두 다르다. 부모 세대는 으레 그렇듯, 경제적 기반은 거의 없다. 자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처지고, 극 중에서 남편이 돼지 갈비 대신 사다 준 식은 햄버거에 시큼하게 반응하는 아내의 모습이 그렇다. 장남은 오래 전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작은 숙모라고 불러 주는 조카에게 눈길이 간다. 게다가 졸지에 수입원을 잃었으니 이들의 앞날도 팍팍할 것임이 자명하다. 차남은 늦은 나이에 겨우 학교는 마쳤지만 학자금 대출로 고심중이며 동거 중인 여자친구 앞에서 면이 서질 않는다. 급기야 아이까지 생겼다는 말에 기쁘면서도 부담이 된다. 장녀는 파경을 하고 아이를 친정에 맡긴 채 일을 해야 하는 싱글맘에 건강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이렇게 한꺼번에 좋지 않은 일을 안고 사는 가족이 어디에 있냐고 하지만 실제로도 우리 주변엔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 고민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본질은 그만두고라도 서로간의 감정싸움탓에 동기간의 정이 끊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각자가 가정을 이루고 자기 남편, 자기 아내에 아이들까지 생기면, 어느새 1촌이 3촌이 되고 만다.





한국처럼 혈연관계에 집중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는 것도 원치 않고 서로를 위해 희생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자괴감을 만든다. 이 모든 고민들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엄마가 끓여준 찌개 냄비 하나로 온 식구가 매달려 나눠 먹었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이들을 서서히 옭아매는 사건을 한 가운데 두고 이들의 대처 방식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대로 말했다면 이토록 크게 일이 확대되지도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서울 아파트를 빼서 시골 집으로 가자며 서로에게 결코 상처를 주지 않으며 대화를 나누던 장남 부부의 베란다에서의 씬과 이들이 시골에 위치한 전망 좋은 집을 구경하던 장면이다. 어쩌면 이들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착한 느낌을 받았다. 아쉽게도 이들 가족이 잃어버려야 할 것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이란, 식구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이상, 결코 이들은 서로를 놓치는 않을 것 같다. 그게 이 영화가 그동안 욕을 하면서도 봤다는 막장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이유다. 가족은 모든 구성원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여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만찬 (2014)

The Dinner 
10
감독
김동현
출연
정의갑, 박세진, 전광진, 이은주
정보
드라마 | 한국 | 125 분 | 201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