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한번도 안해본 여자 - [리뷰] 무엇이 그녀들을 달뜨게 하는가

효준선생 2014. 1. 9. 11:59






  한 줄 소감 : 性에 대한 남성적 시각과 여성적 시각이 접점을 이루는 곳. 결국 비슷하는 얘기
 




자에겐 자신의 성적 경험이 타인에게 자랑이 될 수도 있지만 여자에겐 감춰야 할, 혹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는 차별적인 세상이 있다면 단연코 대한민국을 첫손에 꼽을 만하다. 영화 한번도 안해본 여자는 제목만큼이나 직설적인 성적 코드를 지향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이라는 다소 오글거리는 소재를 두 여자의 상반된 경우에 비추어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갈 때 제일 필요한 그 무엇은? 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말희, 권위주의적 아버지 밑에서 공부만 하며 서른 셋이 될 때까지 변변한 남자 친구 한 번 사귀지 못함을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고 사는 부교수다. 그녀에게 당면한 과제는 정교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지만 여전히 어딘지 허전한 마음을 채우지 못함에 히스테리가 생길 지경이다. 하루는 그렇게 정돈된 삶만을 살았을 것 같았던 아버지의 어처구니 없는 복상사 장면을 목격하고는 더더욱 충격에 빠진다. 게다가 아버지의 정부라면서 집을 유산으로 넘겨 받았다는 또래의 여자의 난데없는 선포에 쓰러지기 직전이다.





미술을 하지만 자기 이름으로 전시회 한 번 하는 것이 꿈인 세영, 어찌 어찌해서 말희의 집에 들어가 반쯤 집주인 행세를 하고는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다. 말희에게 자신의 성적 편력을 과외 수업하듯 알려주며 친구처럼 지내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욕구불만이 있다.





이렇게 영화는 아직 한번도 해보지 못한 처녀 말희와 무수한 남성 편력을 서슴없이 자랑하며 모든 걸 다 아는 듯 행세하는 세영을 비교해 가며 그녀들의 속 깊은 사정을 까발리는데 한 동안 집중한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어도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거나, 혹은 자신의 성을 그저 일순의 욕정이나 거래의 대가 정도로 생각하는 늑대들의 눈빛에 지쳐만 갈 뿐이다.





아마 관객들은 이 두 여자가 펼쳐 보이는 성에 대한 다채로운 實例에 관심이 많을 듯 하지만 두 세 차례 비교적 가벼운 노출 말고는 눈요기가 될 부분은 많지 않다. 성에 대해 이야기는 빈번하게 하지만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으로 나온 황우슬혜와 사희는 세련된 외모를 지닌 배우들이다. 전작들에선 주연에 가려 자신의 매력을 부분적으로 소화했을 뿐이라면 이번 영화에선 자신들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는 듯 여러 가지 차원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일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현실들도 끼어들고 주변의 남자들로부터의 대시에도 자유롭지 못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두 여자의 본격적인 동거 이후엔 경험을 권유하는 세영과 거기에 호응하지만 여의치 못한 말희의 에피소들이 전방위로 등장한다.





이 영화 속에서는 여성의 성에 대해 예전과는 좀 다른, 개방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하지만 결론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자기와 잠깐 만나는 여자와 자기와 평생을 함께 할 여자의 그것에 대해서 이중적인 시각을 가진 이 땅의 남자들과 현명하게 공존하기 위해선, 결국 엔딩을 장식한 말희의 선택이 정답이란 이야기다. 그녀의 선택에 대해 이런 저런 주장들이 나올 법하지만 사랑이 없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결혼이라는 제도가 있는 한 여성의 성이란 스스로를 옭죄는 질곡(桎梏)에 다름 아니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한번도 안해본 여자 (2014)

Marbling 
8.6
감독
안철호
출연
황우슬혜, 사희, 김진우, 김종석, 민성욱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99 분 | 201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