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스 좀비 - [리뷰]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효준선생 2014. 1. 8. 11:59






  한 줄 소감 : 인간보다 나은 좀비, 좀비만도 못한 인간, 인권 영화라 하고 싶다
 





비가 그 집에 배달된 이유는 하녀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멀쩡한 사람을 놔두고 좀비를 쓴 상황에 대해, 영화 미스 좀비의 배경을 좀더 봐야 할 것 같다. 여러 영화를 통해 접한 좀비의 이미지란 좀비에게 물려 감염된 경우로 무차별적 공격성을 가진, 외모만 봐도 타인과 확실하게 차별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고용된 좀비란 속내가 있다. 그 어떤 허드렛 일도 군말없이 할 수 있고, 하루 종일 부려먹고 일당으로 썩은 감자 두 개면 된다는, 그야말로 인력 착취나 다름없다.





하지만 좀비로부터 해를 당할 위험이라든지, 감염이라든지 두려움은 없을까 여기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해두었다. 우선 낮은 레벨의 좀비로 상품화된 좀비라는 설명이고 채소만 먹도록 하고 그럼에도 공격성을 보일 경우 함께 보낸 권총으로 언제든지 사살해도 되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이 영화는 좀비라는,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개체의 등장으로 공포물에 가까운 스릴러물이지만 따져보면 결국 요즘 한창 말이 많은 피고용인으로서  ‘을(乙)’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미 대부분 깨져서 쓸모없어 보이는 마당의 타일을 닦는 일이다. 하루종일 엎드린 상태로 솔을 가지고 벅벅 문질러대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조립라인에 투입되어 기계적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녀가 그날의 일당을 들고 허름한 거처로 돌아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수시로 날아든 흉기는 그녀의 어깨를 찔러댔고 아이들 역시 마치 마녀라도 본 듯 돌을 던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녀는 침묵으로 대응했다. 그녀의 유일한 삶의 방식이었다.





그녀는 좀비로 나오지만 검은 눈동자가 일반인보다 크다는 것, 그리고 몸에 커다란 흉터가 있다는 것 말고는 특이사항은 없어 보였다. 여전히 날렵한 몸매와 집 여주인에게 얻어 입은 투피스 밖으로 드러나는 몸매가 오히려 에로틱할 정도였고, 좀비라는 두려움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뭇 남자들에게 겁간을 당할 정도였다. 그녀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애처로움이 보태지지만 영화는 더 이상 그녀에게 아량의 손길을 내밀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 중엔 좀비보다도 못한 경우도 있고, 사라라는 이름의 좀비 여자처럼 오히려 인간의 善을 따르는 경우도 있다. 생에 대해 더 이상의 연민도 없어 보였던 그녀가 어린 아이에게 삶의 희망을 읽어내는 순간의 그녀의 모습이 그런 감정을 대신했다. 집 주인 남녀의 경우와 좀비 여자, 그리고 주변인들의 모습들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분명 보지 못한 장면들이 아니었다.





시종일관 바닥을 긁는, 쇳소리에 가까운 솔질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청각을 자극하고 언제 공격성을 보일지 모르는 좀비의 행동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화를 만들어온 일본의 사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특별한 존재 좀비를 일반인과 하나의 공간에 몰아넣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함으로써 인간 심리 기저의 폭력성, 가학성, 인내심들을 체크하고 있다. 80여분을 흑백으로,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컬러로 분할해 보여준 것도 이와 같은 관찰 시점의 해부라고 봤다. 우린 인간에 가까운가 아니면 좀비에 가까운가 그것도 아니면 인간임에도 좀비처럼 살고 있는가. 정답은 개개인에게 달려 있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주연으로 나온 고마츠 아야카 (Ayaka Komatsu) 

뜻밖에도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이라 한다







미스 좀비 (2014)

Miss ZOMBIE 
8
감독
사부
출연
코마츠 아야카, 토가시 마코토, 테즈카 토오루, 스루가 타로, 세리자와 오키토
정보
스릴러, 공포 | 일본 | 85 분 | 201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