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수상한 그녀 - [리뷰] 꽃보다 아름다운 할매

효준선생 2014. 1. 7. 06:13






   한 줄 소감 :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판타스틱 코미디, 설날을 기다린다
 





살 난 꼬마가 자기는 빨리 어른이 되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하자 옆에 있던 할머니가 어른이 되면 책임과 의무란 게 생긴다고 하자, 그게 뭐냐고 되묻는다. 아이 때는 자고 일어나면 어른이 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겠거니 하지만 어디 그런가 태어나는 것도, 사는 것도, 심지어 죽는 것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목숨 붙은 것들의 현실이니 그저 지금을 받아들이면서 사는 수 밖에.





영화 수상한 그녀의 오프닝엔 여자를 공에 비유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20대는 남자 여럿이 달라붙어 공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난장판을 벌이고 30대가 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고 40대는 두 사람만의 탁구공, 50대는 한 사람만의 골프공, 그리고 60대 이상은 피구공이라 했다. 적절한 비유인지 여자들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만 남자라고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나이 들어 피부노화와 몸 어딘가가 쑤시면 결국 나도 나이 먹는 구나 싶어 어떻게든 어려 보이려고 애를 써보지만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수 있는 건 없다. 세상에 불로초가 있어 젊게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자연사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 노인 천국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만약 어떤 계기를 통해 정신은 60대지만 몸은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다음엔 어떤 일들이 생길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코미디의 분위기지만 판타지가 가득한 드라마라는 생각이다.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 등장하고 서로에게 좀 까탈스럽긴 해도 서로를 비교적 의지하며 사는 형편이다. 하지만 노인에 대한 무관심이라든지, 혹은 모시고 사는 것에 대한 버거움은 이 집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 영화는 세대간의 갈등을 부각시키기보다 개인이 갖고 있는 만약에 나만 어려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정하에서 벌어질만한 일상들을 코믹하게 꾸미고 있다. 나이 스물의 모습으로 돌아온 할머니를 대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모습, 그리고 몸은 아가씨인데 말투나 행동거지는 할머니 같은 누군가를 봤을 때의 우리들의 시선들. 그런 상황이 만들어내는 코믹함이 산뜻하다.





실제 50살 이상 차이가 나는 나문희 배우와 심은경 배우의 2인 1역의 협업연기는 나쁘지 않다. 특히 노인 역할을 상황에 맞춰 해낸 젊은 여배우의 노고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앳된 표정과 수수함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젊은 할머니의 형상들이 신선하다. 상황에 맞춰 변해가는 다양한 그녀의 헤어스타일을 지켜보는 건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다. 뮤지컬 드라마만큼이나 다채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보너스다.





후반부에 들면서 이 젊은 할머니를 되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했을 게 눈에 보였다. 가족들의 걱정과 함께 마냥 젊게만 살게 놔둘 수는 없기에 판타지 영화가 지닌 딜레마가 시작된 셈이다. 중간에 힌트를 주긴 했지만 과연 펑 소리와 함께 젊어진 그녀를 또 다시 펑 소리와 함께 되돌아오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고민의 시간을 가족에 대한 희생과 젊은 시절 힘들게 아이들을 키워냈다는 “한국 엄마”의 보편적 감수성으로 채우다 보니 어느새 내 가족에 대한 연민도 불쑥 찾아들었다.





아마 이 영화를 코미디에서 신파로 이어지는, 어디선가 봤던 영화의 연장선상에다 두고 영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벌떡 일어날 사람이라면 엔딩이 선물하는 강력한 한 방의 쾌감을 채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카메오의 출연을 놓치지 않으려면 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이 영화가 개봉할 때쯤이면 온 가족이 하나로 모인다는 설이다. 기왕 함께 보는 영화라면 내 옆자리에 타인이 아닌 피붙이와 함께라면 더 좋을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수상한 그녀 (2014)

Miss Granny 
8.3
감독
황동혁
출연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201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