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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왕국 - [리뷰] 자매가 녹여버린 냉혹한 현실

효준선생 2014. 1. 8. 06:39






   한 줄 소감 :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언니 엘사를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매끼리의 우애란 어찌 보면 오묘한 데가 있다. 시샘도 많고 여성 특유의 경쟁심도 이들 사이에 끼어들어 분명 언니 동생 사이임에도 약간의 거리감같은 것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말 화급한 일이 생길때면 마치 일체동심으로 서로를 챙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매간의 트러블을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두고 북국의 어느 왕국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 겨울왕국은 올 시즌 겨울 방학의 다크호스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아이스 애니메이션은 썩 성적이 좋은 편은 못된다. 그 이유로는 일단 천편일률적인 색채 감각때문이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배경은 오색찬란한 봄이나 여름의 풍광을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줄거리로 좋아야 하지만 이렇게 현실에서 보기 힘든 때깔의 힘도 필요한 장르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은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 영화의 주요한 자이라 할 수 있는 얼음에 대한 묘사가 마치 인물 하나의 몫을 할 정도로 중요한데 얼음이 마치 무기처럼 움직이는 장면들이 서늘한 감각을 선사한다. 반투명에 가까운 그래서 표현해내기 쉽지 않은 얼음에 대한 터치는 이 영화를 이해하는 절반의 몫이다.





그러면 왜 이토록 얼음이 이 영화에서 부각되는 걸까 바로 왕국의 두 자매 언니 엘사와 동생 안나의 트러블이 바로 이 얼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자신의 염력으로 주변을 얼려버릴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언니 엘사는 어린 시절 동생과 놀다가 이 초능력을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동생을 크게 다치게 한다. 그때의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한 언니는 어른이 되어가며 자신이 가진 초능력에 대해 어쩌면 세상을 해칠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가 될지도 모른다며 혼자 전전긍긍한다. 문제는 왕국의 주인이 되는 대관식에서 크게 터지고 엘사는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혼자만의 공간에서 스스로를 유폐하고 동생 안나는 언니의 진정성을 의심치 않고 언니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는 자매 사이의 오해와 이해를 주된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미 소녀가 아닌 결혼 적령기의 처녀들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이성과의 사랑도 개입한다. 이웃나라의 왕자와 전형적인 서민이라 할 수 있는 순록을 타고 다니는 목동의 활약 역시 눈요기가 된다. 과연 그들은 자매와 어떤 사이가 될까 하는 관심이다.





영화가 일단 언니를 찾아 나선 시점에서부터 어드벤처의 분위기를 낸다. 세상이 언니의 주술로 꽁꽁 얼어버린 상태가 되면서 거기에 걸맞는 크리처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눈사람과 순록이 그것인데 간간이 등장하는 트롤의 이미지도 흥미롭다.





더불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진수인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넘버들도 이들의 목소리를 타고 전해진다. 이렇게 3D를 동반한 화려한 시각효과와 웅장한 음악, 거기에 자매 사이에 벌어졌던 갈등을 풀어가는 탄탄한 내러티브들이 상당히 볼만하다.





이 영화는 사랑을 전제로 한다. 세상을 꽁꽁 얼려 버릴 냉혹한 현실도 결국 진정한 사랑 앞에선 죽음 직전에 이른 사람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힘은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혹여 남녀간의 사랑만을 연상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편적인 선입견을 넘어선다. 2014년 겨울, 세상은 날씨뿐이 아닌 세상의 흐름 앞에서도 꽁꽁 얼어있는 상태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으로 조금은 더 훈훈해졌으면 좋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겨울왕국 (2014)

Frozen 
9.5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조시 게드, 조나단 그로프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가족 | 미국 | 108 분 | 201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