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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리뷰] 거품같았던 한 방 인생

효준선생 2014. 1. 4. 07:07






   한 줄 소감 : 실제 주인공도 이토록 드라마틱하게 살 지는 못했을 것 같다
 





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보면 알 수 있다.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탐욕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미지가 나빠진 월가에서 성장기를 보낸 한 남자의 반 평생을 무려 3시간에 걸쳐 집요하게 보여준 이 영화에서 그는 성공을 위해 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과욕의 신념을 가진 주식 브로커로 등장해 광기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의 시작은 다혈질의 성격을 가진 아버지를 쏙 빼닮은 그가 선망의 회사라 불리던 증권사에 입사해 꼴통 사수로부터 처세술을 배우고, 선천적인 말솜씨로 증권가 최고의 말빨로 등극하는 초반부의 이야기를 지나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각종 편법적 수단을 동원해 가며 부를 축적하고 나중엔 어떤 결말을 불러오는 지를 보여주는 후반부로 나누어 성공에 대한 집착, 극단적인 일탈행위, 그리고 80년대 미국의 버블 경제의 처참한 말로로 그를 통해 상징하고 있다.





월가의 실존 인물이었던 조던 벨포트라는 극적인 인물을 가공해 뽑아놓은 캐릭터는 확실히 매력적이라 배우라면 누구라도 탐낼만 해보였다. 항상 조증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화끈한 성격의 그가 회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부하 직원들을 향해 사자후를 토하며 그들에게 일장연설을 하는 걸 보면 저정도 배짱이나 결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 어떤 프로 정치인들의 연설 그 이상의 짜릿함을 준다.





신설 투자증권사를 띄우기 위해 그가 선택한 기발한 전략들이 기존의 업계에 충격과 반감을 가져왔던 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적자생존의 정글과 같은 자본주의 금융시장에서 그의 행위에 잘못있다고 돌을 던질 만한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물론 사적인 생활에서의 일탈은 다소 충격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화려한다 못해 변태적인 여성편력과 각종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 그리고 질펀하다는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리는 수 차례의 파티 장면들은 한 편으로는 거품과도 같았던 당시 미국 경제와 사회에 대한 감독의 조소처럼 보였다.





공권력은 충분히 금권에 의해 매수될 수 있는 것이며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결코 패가망신은 되지 않는 다는 비정한 교훈, 극단으로 끌고 나가는 배금주의의 현장들은 미국이 가지고 있었던 어두운 그림자에 다름 아니었다. 흥청망청 지금을 소비하는 장면들은 비록 쾌감을 주었지만 끝나고 난 뒤의 허무함은 마약같은 악의 처방이 아니고서는 치유 불가능 수준에 이른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디카프리오는 성실하게 연기해냈다.





톱스타에게 노출이란 가급적 피하고 싶은 옵션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비록 뒷모습뿐이지만 완전 누드도 불사하고 변태행위에다 수차례의 마약 흡입과 그 후유증을 미친 듯 연기해냈다. 마약을 하고 전화를 걸다 필을 받은 뒤 그가 보여준 10여분에 걸친 중독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인생은 짧다. 주저하다 보면 어느새 흰머리가 보이고 노안이 온다. 어느새 말년을 준비하다 보면 왜 난 왕년에 돈이라도 모아두지 못했나 후회를 한 번쯤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늘 정의롭게 살라는 세상 사람들의 말대로 살았건만 뭔가 성에 차지 않는 이 억울함은 뭘까 싶기도 하다. 극중 조던은 쉴새 없이 부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설파했다. 그의 말이 틀린 건 없다. 다른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주고 그 수수료를 모아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건 그 사이에 끼어든 탈법, 편법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세상과 맞부딪쳐 이겨볼 엄두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아마 이런 말을 들으면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선일까 경제는, 아니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라 한다. 누군가가 돈을 벌면 다른 누군가는 돈을 잃게 되는, 그게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경제 구조가 극도로 분화되고 사람들의 영리 마인드가 세분화되면서 직업도 많이 생겨났다. 오늘날 만약 조던과 그의 부하들처럼 했다가는 쫄딱 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정말 운좋게 시류에 맞춰 돈을 벌었고 분수없이 써보기도 했던 한 남자의 부럽기만 한 이야기를 담은 건 아닐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직하게 번 돈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나중에 그렇게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기부를 하는 부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제라 하면서 더불어 살 것을 주문해왔다.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지만 그들의 삶이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는 건 추락을 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후자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다면 개인적인 자격지심일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쉽지 않은 장면을 연기지도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2014)

The Wolf of Wall Street 
9.2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요나 힐, 매튜 매커너히, 롭 라이너, 존 번달
정보
범죄, 드라마 | 미국 | 179 분 |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