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드모아젤C - [리뷰] 패션은 영감이다

효준선생 2014. 1. 3. 07:09






    한 줄 소감 : 마담이 아닌 마드모아젤이라 한 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  
 





명 패션지 보그의 편집장을 지냈던 카린 로이펠트는 남편과 지인들의 권유와 협조를 얻어 보그를 떠나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CR북을 만들기로 한다. 2012년 상반기는 그녀에겐 일종의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잘못되면 자신이 10여년 동안 쌓아온 명성에 먹칠을 함과 동시에 재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빅 이벤트인 셈이었다. 영화 마드모아젤C 는 바로 그녀 스스로가 패션 크리에이티브라며 오로지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잡지와 책을 접목시킨 패션북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근래 몇몇의 패션을,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패션을 다루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 셉템버 이슈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영화의 주인공인 안나 윈투어와 카린 로이펠트는 패션 매거진계에선 알아주는 라이벌이라 한다. 둘다 잡지 혹은 책을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테마인데, 인쇄물이 만들어지는 과정보다 볼만했던 건 바로 패션을 하는 사람들의 면면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슈퍼모델들과 유명 영화 배우들, 그리고 그녀의 곁에서 스탭으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재미또한 쏠쏠하다.





그녀는 패션 디자이너는 아니다. 원단을 고르고 재단하고 바느질해서 모델에게 피팅을 시키고 수선하고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만든 수만가지 옷들을 컨셉에 따라 이리저리 짜맞추는 일을 하는 지라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천상 여성임을 망각하지 않았다. 모델 이상으로 꾸미기도 좋아하고 주변에 온통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다 보니 스크린을 통해 그녀가 뿌려대는 향수의 내음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약 8개월에 걸친 이 작업은 그녀에겐 산고의 시간이었겠지만 순탄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전에 몸담고 있던 보그로부터 좋지 않은 소송에 시달려 했고 그녀를 도왔던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들이 그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입은 일도 발생했다. 게다가 전례를 찾기 힘든 다양한 컨셉의 이미지를 담으려다 보니 재정적인 부담역시 그녀를 힘들게 하는 장면도 나왔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녀의 집념을 꺾을 수는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모델과 스탭, 그리고 작가들을 다독이며 진행하는 모습은 왜 그녀가 그 바닥에서 손에 꼽히는 창의적 인물로 각광 받아왔는지 말해주고 있으며, 쉰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난도의 요가를 하는 장면은 그녀의 성격을 단면적으로나마 설명하고 있다.





그녀의 패션 북은 그해 9월 선을 보였고 금세 매진되었다고 한다. 일년에 두 번이나 만들어 내는 걸 보면 그런 중노동도 없을 것 같은데,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걸고 그 일에 몰두하는 것 만큼 아름다운게 또 있을까 싶다.





이 영화는 비단 패션업계나 몇몇 패션 잡지인들에게만 소구될 영화는 아닌 듯 했다. 무엇이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스스로에게 롤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그녀의 일상 일부분이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움은 그녀가 차려입은 명품 드레스에만 있지는 않다. 여전히 형형한 눈빛이 그녀의 최고의 자산이자 자부심인 듯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드모아젤C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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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파비앙 콩스탕트
출연
카린 로이트펠드, 톰 포드, 칼 라거펠드, 사라 제시카 파커, 케이트 업톤
정보
다큐멘터리 | 프랑스 | 93 분 | 201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