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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리뷰] 인생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채롭다

효준선생 2014. 1. 1. 07:08

 

 

 

 

 

 

    한 줄 소감 : 새해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마무리 짓고 싶다

 

 

 

 

 

쁘게 살다보면 문득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의심이 될 때가 있다. 지쳐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지 혹은 사람들 사이에서 섬을 만들고 살때의 외로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런걸 누구에게 묻는다는 것 자체가 쑥스럽기도 하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사람들이 말하는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가고 오늘과 별로 다르지 않을 새해가 된다. 수첩에다 2013이라고 썼다가 이내 지우고 2014로 바꿔 써야 할, 한 동안의 버릇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나름 괜찮은 잡지사에서 16년이나 근무했으니 어느 정도 일에 이골이 날 만도 하겠지만 이제 그 일도 그만 두어야 할 때가 온 셈이다. 사진관리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월터에게 정리해고의 굴레가 떨어질 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고라는 말 보다 더 그를 심각하게 만든 건 폐간호에 실릴 표지 사진 한 장이 사라진 것이다. 그가 흠모하여 마지않던 포토 그래퍼의 장난으로 그 한 장의 사진을 찾아내기 위해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사진을, 아니 지난 세월 자신이 보낸 履歷을 밟아본다.

 

 

 


길을 한참 걷다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면 내가 이만큼 걸어왔나 싶게 스스로가 대견할 때가 있다. 높은 산을 오른다든지 먼길을 걸어왔을때 그런 생각이 들곤 하는 데 월터처럼 누군가를 찾으려는 목적이라면 그럴 여유도 없을 것 같다. 대신 그를 지켜보는 관객의 눈이 그가 밟아온 길의 꼬리를 살펴보며 감탄하게 된다. 특히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그리고 히말라야 산맥의 등정 길까지. 평생 살면서 앞으로도 가지 못할 확률이 99.9%인 그곳의 풍광은 월터가 밟고 지난 길이기에 의미가 있다. 이제 거의 평생을 바쳐 근무해 온 곳에서 물러 나가야 하는 신세임에도 그는 마지막 사진 한 장을 위해 그 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무엇이 그를 그 곤경에 빠뜨렸나 싶다.

 

 

 


이 영화는 곳곳에서 현재의 미국인들의 사고 방식과 외부로 부터의 충격에 軟性化되어 많이 힘들어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금융위기때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은행들의 연이은 부도사태, 거기에 각종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언제 피해를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처럼 자연재해로부터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들이 오늘날의 미국인들의 모습을 재현해내고 있다. 그 사이를 사는 월터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진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보는 순간 근 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사라 할 수 있는 카파의 명언이 떠올랐다. 당신이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그 만큼 피사체에 가깝게 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사진은 순간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스토리를 읽어 내지 못한다면 그건 보는 사진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라이프의 마지막을 장식할 사진이 무엇인지에 대해 단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월터였다면, 그건 인생을 걸고 일을 해왔던 노동자들에 대한 헌정이라고 보면 마땅하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들이 현실이 되는 장면들이 나왔다. 아마 꿈을 꾸면 가능한 장면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이제 몇 시간 뒤 잠에서 깨면 새해의 오늘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마찬가지로 정해진 일자리로 향하는 그들에게 이 영화가 현실의 걱정을 잠시 잊게 해주는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8.5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튼 위그, 숀 펜, 셜리 맥클레인, 아담 스콧
정보
판타지, 어드벤처 | 미국 | 114 분 | 201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