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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테호른 - [리뷰] 가족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효준선생 2013. 12. 30. 11:55

 

 

 

 

 

 

   한 줄 소감 : 혼자서 평생을 끙끙 앓았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다

 

 

 

 

 

 

한편의 아버지 소재의 영화다. 혼자 사는 중년의 남성 프레드는 바른 생활 사나이의 모습이었다. 종교에 심취해 있고 주변 정리도 깔끔하게 해놓고 산다. 간혹 아내와 자식의 사진을 보면서 술잔을 기울이지만 그의 행동은 일탈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런 그에게 동네를 배회하던 낯선 남자 테오의 등장은 자신이 잊고 살았던 삶의 퍼즐 한 조각을 되찾게 해준 계기가 된다.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였던 네덜란드 영화 마테호른이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얼핏 동성애 코드를 띄고 있지만 성적 정체성 그 이상의 것을 함의하고 있다. 바로 아버지로서의 존재감이었다. 프레드에게 나타난 조금은 얼빠진 듯한 남자와의 묘한 관계에서 극중 동네 이웃들의 시선도 그렇지만 프레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 역시 미세하지만 뭔가 통하는 것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과거 자신이 수용하지 못했던 과오에 대한 자책과 이제와서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자신의 모습을 바로 테오와의 관계 안에서 발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제목으로 쓰인 마테호른은 스위스의 유명한 고봉이며 극중에선 프레드가 죽은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곳으로 설정되는데 그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그곳을 가려고 하는 이유의 모티프가 되는 곳이다. 이미 은퇴를 한 나이의 그가 지금 하는 일, 다시 말해 돈 들어올 곳은 없어 보였다. 대신 기관등을 돌아다니며 간단한 공연을 해주고 거기서 약간의 노잣돈을 받는 걸 모은 것이 전부였다. 그 돈으로 과연 마테호른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화는 그가 마테호른이라는 목적지 말고 또 하나의 인생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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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자식농사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한다. 프레드에게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가 들여다보는 사진 속엔 두 인물이 있다. 하나는 젊은 여자로 아마 프레드의 아내로 보이고 나머지 하나는 성별을 구별하기 어려운 어린이의 모습이다. 아내에 대해서는 그가 밝히길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엔딩에서 폭발한다. 이 영화에 대해 호감을 갖는 관객들은 이 장면 때문일 것으로 사료된다.  

 

 

 

 

 

무료하다싶을 정도로 일상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프레드, 그리고 그의 곁을 서성거리는 테오, 테오의 집을 찾은 뒤 프레드가 그를 놔두고 집에 돌아 온 뒤의 행동을 보면 프레드에겐 위로의 대상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들이 두 사람을 지적질 하며 동성애자라고 비꼬기도 했지만 그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이렇게 앞 선 부분에서 차곡차곡 이야기 구조를 중첩시키다가 후반부에 터뜨리는 방식의 영화에선 집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프레드가 앞서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하는 장면들이 그렇다. 작은 것들이 모여 강과 바다를 이루듯 이 영화도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연극처럼 많지 않은 대사와 등장인물들, 섬세한 심리묘사와 80여분에 불과한 짧은 러닝타임지만 집중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미묘한 분위기의 영상들이 네덜란드 영화라는 희소성과 맞물려 무시할 수 없는 영화 한 편의 아우라가 되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테호른 (2014)

7
감독
디데릭 에빙어
출연
르네 반트 호프, 톤 카스, 포르히 프란선, 알렉스 클라센, 아리안느 슐루터
정보
드라마, 코미디 | 네덜란드 | 87 분 |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