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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 [리뷰] 스타일리쉬하게 빨려든다

효준선생 2013. 12. 28. 07:07

 

 

 

 

 

 

   한 줄 소감 : 신선이 노닐듯 몽환적이다. 그런데 이들도 배고픔은 어쩔 수 없나보다

 

 

 

 

 

 

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엔딩 바로 뒷 장면은 제목과 다를 것이다. 한 쌍의 커플이 나란히 앉아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 한 쌍이 다가섰으니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페이소스 가득한 이 영화는 마치 선문답을 주고받는 신선들의 세상 훑어보기처럼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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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두 남녀 주인공인 틸다 스윈튼과 톰 히들스턴은 공교롭게도 올해 한국에 내한한 바 있는 배우들이다. 조연으로 나온 미아 와시코브스카 역시 올 초 영화 스토커 홍보 차 한국에 온 적이 있으니 이 영화는 이른바 知韓派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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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라는 살벌한 정체성의 단어는 튀어 나오지 않지만 이들의 식량은 인간의 RH-O형이 맞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연구소를 내방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남편으로 둔, 조금은 더 나이들어 보이는 여자는 서로를 반려자라고 부르는 연인 사이가 맞다. 그들이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역사 속 인물들을 언급하며 그들과 교류가 있었다는 식으로 스스로의 연배를 밝히며 유머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가곡을 남자가 주었다고 하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수백 년 동안 여태까지 인간 세상에서 한 일들은 그저 훈수나 두는 수준이었던 말일까 아니다. 이들도 나이를 먹는 것 같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심심하면 드라이브를 나가 주변을 둘러보고 지구의 위기들을 언급한다. 대개는 환경문제들이다. 중금속에 오염된 요즘 피를 조심하라고 하는 걸 보니 이들도 웰빙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아 보이지만 이들은 외로워 보인다. 이들의 멘토처럼 행세하는 늙은 뱀파이어와 여자의 여동생을 제외하면 더 이상의 뱀파이어도 보이지 않고 좀비로 나오는 인간 한 명이 그들과 인간세상을 연계하는 것 말고도 대중이 등장해 뱀파이어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행동거지는 말 그대로 유유자적이다. 아무도 이들에게 무엇을 지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니 세상을 관조하며 문제점을 나열하며 그것을 곱씹는다. 이런 다분히 냉소적인 시선은 연출을 맡은 짐 자무쉬의 몫으로 보인다. 

 

 

 


모로코의 탕헤르와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이들이 머문 주요 도시로 등장한다. 북 아프리카 고유의 색감이 진짜 뱀파이어의 의상과 잘 매치되어 보였고 마치 히피처럼 하고 나오는 미국의 뱀파이어의 록가수 버전은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신세대와 조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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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역시 사랑이다. 인간에 비하면 좀 더 오래 살고는 있지만 이들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사랑을 진행 중이며 그 모습들이 인간의 단편적이고 속성형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캐릭터의 이름이 아담과 이브라 하니 창세기 인간의 시조라도 되는 양, 이들의 행동은 기존 어느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뱀파이어 영화의 새로운 창의를 제시한다.

 

 

 


커다란 사건 사고에 기대어 서사를 끌고 나가는 영화가 아니다. 뱀파이어 커플이라고 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과 하등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 소외당한, 그래서 어디선가 궁시렁대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과 오버랩된다. 밤에만 돌아다니고 멀리 인간들이 탄 차량이 보이지만 그들에게 다가서지도 않는다. 약간의 먹거리만 있다면 이들에게 물욕은 무가치하다. 단 한 발의 총알을 품고 다니는 남자의 마음에서 연민이 생기는 이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2014)

Only Lovers Left Alive 
10
감독
짐 자무쉬
출연
톰 히들스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미아 와시코브스카, 안톤 옐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 123 분 |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