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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존 - [리뷰] 타인을 보는 시선은 얼마나 주관적인가

효준선생 2013. 12. 29. 07:08

 

 

 

 

 

 

   한 줄 소감 : 신뢰가 없는 육체 관계 속에서 허무함만 나풀거릴뿐 

 

 

 

 

 

 

라인 커뮤니티등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야한 동영상을 찾는 남편을 이해 못하겠다는 질문들이 올라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총각때는 그럴 수 있다지만 결혼을 해서 반려자가 엄연히 눈을 뜨고 있는데 그런 걸 찾는다는 걸 아마 여성들에겐 야만적 행각정도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돌려 말하자면 남편에게 있어 아내의 역할을 그저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 정도로 폄하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결혼과 동시에 부부간엔 부부관계에 대해 암묵적 동의하에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런 상황이 남자로 하여금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성을 찾는다는 건 아니므로 별 문제 없지 않냐고 반문하면 바로 거친 반응이 나오곤 하는 것이 주류였다.

 

 

 


영화 돈 존은 본격적인 성인물이지만 성적 유희나 일탈, 혹은 고발 프로그램은 아니다. 성인 남녀에게 빼놓을 수 없는 남녀 관계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펼쳐놓으며 이런 저런 가정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사고의 차이에 대해 따져보려는 실험극에 가깝다.

 

 

 


주인공 존은 이른바 야한 동영상에 심취해 있다. 하루에도 열 차례나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걸 자랑하고 다니는 혈기왕성한 남성이지만 그렇다고 여자들에게 인기없는 그런 부류도 아니다. 기분 내켜 클럽에라도 가면 언제든지 원나잇 스탠드 정도는 가능하지만 그는 거기서 자신이 원하는 절정을 맛보지 못한다. 그 대체제로서 야동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바로 미래를 염두해 둔 이상형이 나타난 뒤 그의 행동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성을 점수로 환산하는데 익숙한 그의 시선을 따르면 10점 만점에 11점이라는 그녀를 만나고, 어렵사리 관계를 갖지만 결국 여자가 있는데 왜 그런 추잡한 걸 찾느냐는 말에 그는 혼란스러워 한다. 여자를 만나기 전부터 봐왔던 것이고 여자에게서 찾을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보충해주는 걸 못하게 한다거나 혹은 헤어짐의 빌미로 삼는 그녀가 못마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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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에게 성욕이란 거세 되기 직전 숫컷에게서 느껴지는 광분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별다른 직업도 없이 운동에 매진하고 간혹 성당에 가서 자신의 행위를 고해하지만 그가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 같이 보이는 건 야간대학에 다닐때고 그건 여자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서였다. 다시 말해 그는 여자에 의해 전보다는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한 것이고 그런 자신에 대해서도 큰 불만은 없다. 대신 자신을 간섭하려 하는 여자의 태도와 타인이 자신을 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진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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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 상대적으로 인생을 오래 산 중년 여성이 마치 존의 행동을 모두 이해하는 것처럼 하며 접근한다. 그녀에게 개인적인 아픔이 있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존의 곁에서 서성거리는 걸로 보이지만 그녀 역시 존을 보는 시각은 결국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었다. 이 영화는 존이라는 성적으로 분방해 보이는 한 남자의 주변을 살펴보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살펴보고 있다. 성이라는 말초적 소재가 다소 거슬리고 화면엔 포르노에 가까운 편집된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존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에게선 그저 일종이 장식물일 뿐이다.

 

 

 


영화 은교에서 그녀가 여고생이 왜 성행위를 하는지 아세요라고 물으며 외로워서요 라고 자문자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찌보면 이 영화도 비슷한 케이스로 보인다. 겉으로는 무척 화려한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하룻밤 자는 것으로 몸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마음을 얻기란 또 다른 차원임을, 존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다.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연기력과 생김새로 어필해온 매력적인 배우가 이번 영화를 위해 글을 쓰고 카메라를 들고 그 앞에서 연기를 해냈다. 표면적인 볼거리는 야하지만 그 안쪽에 숨겨진 메시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주 모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인 돈 존에서 희대의 바람둥이라는 돈 주앙, 돈 환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돈 존 (2014)

Don Jon 
8.7
감독
조셉 고든-레빗
출연
조셉 고든-레빗, 스칼렛 요한슨, 줄리안 무어, 토니 댄자, 글렌 히들리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