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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 - [리뷰] 모두가 행복한 소원입니다

효준선생 2013. 12. 26. 07:07

 

 

 

 

 

 

   한 줄 소감 : 일본이 처한 현실, 그리고 개인적 트라우마의 그림자가 짙다

 

 

 

 

 

나라마다 근심걱정은 따로 인 모양이다. 한국사람들은 혹시라도 전쟁이 일어날까봐, 미국사람들은 혹시라도 테러가 일어날까봐 그리고 일본사람들은 언제 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날까봐 걱정을 하며 산다. 영화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를 보니 일본인들에게 지진이나 쓰나미는 공포를 넘어서 트라우마가 된 것이 확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인공인 마법소녀들이 사는 곳에 언제부터인지 인간들의 건축물들이 넘어와 산을 이루는 장면은 동북부 지진 해일로 바다로 쓸려간 쓰레기 더미를 연상케했으며 멀쩡한 인간세상의 건물들이 뿌리채 뽑히는 장면 역시 자연재해에 의한 희생물을 보는 듯 했다.

 

 

 


새해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소망을 바라곤 한다. 신물 앞에서 혹은 종교기관에서 그것도 아니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그런데 그 소망들을 따져보면 대개는 자신들의 안위와 영달을 기원하는 것은 아닌지, 예를 들어 올해는 1등하게 해주세요, 승진하게 해주세요 등, 내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밀려나야 하는 제로섬 게임에서 오로지 나만을 위해 소원을 빈다는 건 다시 말해 타인에 대한 저주나 다름아니다.

 

 

 


요요와 네네는 자신들이 가진 마법으로 일종의 심부름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저주를 풀어준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소원성취라는 말 대신 그들은 왜 저주를 풀어준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그만큼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타인의 존재가 내가 꺾어야 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딜레마를 이 자매는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언니인 요요는 외모상으로는 여전히 초등생의 모습이지만 이미 성숙한 모습의 네네에게 언니 소리를 듣는다. 그녀가 그렇게 된데엔 이유가 있지만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녀가 활약을 하며 외모가 바뀌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인간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가야 하는 엘리베이터의 고장과 인간 세상에서의 복잡다단한 일을 만나며 요요가 다시는 마법세계로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른다는 가정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치고는 줄거리가 단순한 편은 아니다. 마법이라는 소재 때문에 현실적인 서사가 아닌 다소 좌충우돌하는 장면과 문제해결장면들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두 세 개로 외연을 넓혀가며 복잡해지지만 두 가지 키워드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바로 마법의 돌과 소원을 들어준다는 게임이다.

 

 

 


마법의 돌은 마법세계와 인간세계를 가깝게 이어줄 수 있다는 아이템이고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을 소원을 들어준다는 게임으로 되갚겠다는 설정인데 이 두 가지 아이템이 어느 가족의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꼬였던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 영화에선 아키라는 아주 작은 아이가 등장한다. 처음엔 귀요미를 담당하는 부수적인 캐릭터 정도로 봤는데, 그녀 역시 중요한 키워드 였다. 이 영화에서 현재의 일본과 일본인들에게선 희망을 보지 못할수 있다. 그리고 그 대안은 미래세대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 대표적 캐릭터가 바로 아키다. 그 꼬마의 등장으로 돌과 게임이 탄생한 것이고 일본의 미래는 어쩌면 다시 창조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무거운 주제로 흐른 것이다. 하지만 다소 철학적 주제로 인해 만화 영화로서의 본령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요요를 중심으로 한 명랑쾌활한 마법의 이모저모는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했으며 종래 보지 못했던 크리처들이 눈길을 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어디나 있다. 특히 일본(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는 확실히 독특하다. 가벼운 톤의 만화영화 속에서도 이렇게 유토피아적인 미래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신기하다 못해 상당히 집요하다는 면에서 놀랍기까지 하다.

 

 

 


최근 개봉하는 일련의 만화영화들이 사이즈에 상관없이 연예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더빙을 의뢰한다던지, 그것도 모자라 홍보대사로 위촉한다던지 하며 主從을 혼돈하는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만화 영화의 본질을 흐리지 않았음에 만족한다. 전문 성우들의 더빙은 매우 훌륭한 편이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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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히라오 타카유키
출연
김서영, 이현진, 양정화, 엄상현, 이선주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어드벤처 | 일본 | 100 분 | 201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