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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랜맨 - [리뷰] 제 인생의 알람이 되어 주세요

효준선생 2013. 12. 27. 07:09

 

 

 

 

 

 

    한 줄 소감 : 세상에 구속되지 않은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린 시절 엄마와의 슬픈 사연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도 지독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남자가 있다. 하루 일과를 분 단위로 맞춰 놓고 거기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게다가 깔끔을 벗어나 병적으로 결벽을 보인다. 당연히 사람들 만나는 것도 두렵기만 하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사회활동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설정이 되어 있지만 그가 보이는 몇 가지 심리상태에 공감을 하고 있으니 현대인들의 공통적 고민인지 개인적 차원의 별개성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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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랜맨은 포스터만 보면 오로지 웃기게 만든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후반부의 사연을 듣고 있다보니 좀 슬픈 구석이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그걸 극복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따져보면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 한 두개는 맞춰 놓고, 그것도 모자라 휴대폰 알람기능까지 손을 봐둔다. 촘촘한 아침 지하철 시각에 대기 위해 거의 일정한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하며 혼자 사는 경우 집을 나서기 전, 가스나 전기 스위치를 잘 껐는지 잘 챙겨야 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출근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애를 쓰고 회의 시간도 잘 챙겨야 한다. 점심 밥 먹는 시간도 마찬가지고 퇴근 시간도 가급적 신경을 쓰고 산다. 이렇게 현대인들의 삶은 시간과 시각에 매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 한정석의 경우, 좀 독특해 보이는 건 한 사람이 한 두개 정도 가지고 있는 낮은 수준의 강박을 모두 갖고 있고, 거기에 결벽증과 대인기피, 심지어 공황 장애와 퇴행 증세까지 앓고 있으니 정신병리의 임상실험 대상인 케이스다.

 

 

 


타인과 접촉을 유난히 꺼리는 장면이나 옷에 뭔가 묻기만 해도 바로 세탁소로 달려가는 장면, 그리고 자신이 원한 상황이 아니면 불안해 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익숙하지 않은 제3자라면 당사자 이상으로 괴이 여길 행동들이다.

 

 

 


짚신도 다 제짝이 있다고 한 것처럼 인디밴드 출신인 여자에겐 이런 모습의 아저씨가 흥미로워 보였던 모양이다.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내치지도 않고 오히려 그를 통해 세상엔 이런 순진남도 있다는 걸 역설적으로 배웠던 모양이다. 이 두 사람은 일종의 코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신들만의 영역 안에서의 삶, 타인과 접촉면을 확장해가며 사회성을 익히는데 크게 소질이 없는 그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이 영화엔 한정석처럼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군들이 대거 등장한다. 예를 들어 사람만 보면 화를 낸다거나 갑자기 운다거나 혹은 비둘기를 무서워한다거나 제 뜻에 맞지 않으면 발작을 한다거나 하는 각종의 증세들. 물리적, 화학적 치유가 아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자기화 하는 과정인데 어쩌면 나 역시도 저 안에 앉아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약간의 폐소 공포를 겪고 있고, 새나 동물을 극히 싫어한다거나 특정 행위를 하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정도의 심리적 장애라면, 그것이 반사회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만큼 이 영화는 특정 장르에 던져 놓기 애매했다. 후반부에 주인공의 입을 통해 과거에 벌어졌던 어느 사고와 맞물려 그의 정체성과 아이덴티티의 형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태 그가 방치되다시피 자신의 성격을 고치지 못한 채 살았다는 건 사실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며칠 전 급성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어린 여자 아이가 남긴 한 마디. 누구도 혼자서만 싸울 수 없다는 말, 주변 사람들이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시니컬하게 비난만 한다거나 혹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경원시 한다면 비단 그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계획을 세워가며 산다는 건 나쁜 일만은 아니다. 대신 그 디테일한 계획들이 타인과 연계해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먼저 손을 좀 내밀어 주는 건 어떨까 극중 가수로 나온 한지민처럼 예쁘다면 금상첨화련만, 곁에 누군가 있어주는 건만으로 행복을 느낄 사람은 여전히 많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플랜맨 (2014)

The Plan Man 
8.8
감독
성시흡
출연
정재영, 한지민, 장광, 김지영, 차예련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21 분 |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