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 [리뷰] 안식의 땅이 필요한 이방인들

효준선생 2013. 12. 25. 07:07

 

 

 

 

 

 

   한 줄 소감 : 과거의 일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 불안감이다

 

 

 

 

 

 

시아의 목각인형 마트로시카가 생각이 났다.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를 보면서. 원제는 과거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 한국 제목으로 사용된 이 의미는 바로 여주인공 마리의 집이자 그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란 출신의 아쉬가르 파르하디는 전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베를린에서 금곰상을 수상하며 영화 팬에서 인정받은 연출자인데 그의 영화의 힘은 앞서 비유한 마트로시카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기 역할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비중을 주고 그들의 행동이나 대사들이 영화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스스로가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조연급 이상의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로 인해 전체적인 영화의 주제가 확연해 지고, 자신의 몫이 빠지면 그 주제성이 흐트러질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연기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마트로시카를 한 번이라도 만져 본 사람은 안다. 하나를 벗기고 나면 그 안에 다시 하나가, 그리고 그 안에는 보다 작은 인형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생각보다 여러 개의 인형들이 들어 있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다음, 마음이 급해 그 중의 하나라도 빼놓거나 순서를 바꾸면 덜그럭 거리나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야 한다는 것을.

 

 

 


사랑했지만 지금은 이혼을 생각중인 마리는 뜨거운 여자인 모양이다. 오죽하면 첫째 딸이 나서서 엄마의 남성 편력에 대해 말을 하고 있을까 지금 이혼하겠다는 남자는 그녀의 첫 번째 남자가 아니고 엄마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장녀도 그 남자의 소생이 아니다. 파리에서 살고 있는 마리에겐 또 다른 객식구들이 있다. 두 딸은 前 夫의 소생이고 남자 아이는 앞으로 결혼할 남자의 소생이다. 그리고 이 집엔 자살을 기도해 현재 혼수상태인 여자를 아내로 둔 남자가 마리와 결혼하기 위해 동거 중이다. 그런 집으로 현재 서류상 남편이 이란에서 파리로 건너와 겪는 며칠간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흐름이다.

 

 

 


이런 배경을 모르고 본다면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 성인 역할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관계마저도 혼동할 것이 틀림없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말고도 자살을 시도한 채 병원에 입원한 여자의 이야기까지 끼어들면서 이들의 관계 자체가 잘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리를 중심으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앞으로 해야할 일들은 무엇인지를 캐릭터를 중심으로 두고 마치 퍼즐을 맞춰가는 심정으로 들여다 본다면 세상의 만사가 이 보다 명쾌할 수도 없겠다 싶다.

 

 

 


영화 전반부는 현 남편의 방문과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고 있다면 후반부는 결혼할 남자와 그의 현재 부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가 주가 된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니만큼 매우 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이 주로 프랑스에 온 이란계 이민족이라는 설정 자체가 주는 다소 어둡고 뭔가 불안한 기색들이 농후하다. 감독의 시선 역시 이 지점에 멈춰서 있다.

 

 

 


이야기는 매우 정적이며 움직임보다 대사를 통해 줄거리가 전달된다. 이 때문에 자막을 보면서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세탁소에서 벌어졌던 하나의 사건이 터닝 포인트가 된다.

 

 

 


이들을 보면 사랑의 감정을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분명 거처할 수 있는 공간은 보이지만 그곳에서 定住할 수 있는, 定住하고픈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두 딸아이에게도 또 새 아빠의 등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데리고 들어올 어린 남자아이에게도 그 곳은 정붙이고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혼할 남편도 결혼을 앞둔 남자도 마찬가지다. 과연 마리를 둘러싼 이들 모두에게 안식의 땅은 어디인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2013)

The Past 
9.5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
출연
베레니스 베조, 타하 라힘, 알리 모사파, 폴린느 뷔를레, 엘리 아귀
정보
드라마, 미스터리 | 이란 | 130 분 | 201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