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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의자 - [리뷰] 액션만으로는 지존무상

효준선생 2013. 12. 24. 07:09

 

 

 

 

 

   한 줄 소감 : 모두를 살리는 방법은 총이 아닌 쌀에 있었다

 

 

 

 

 

 

한편의 간첩 영화가 선을 보였다. 늘 로맨틱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 만족할 것 같았던 배우 공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영화 용의자에서 치고받고 달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다. 좋은 하드웨어와 남달라 보이는 각오가 곳곳에서 눈으로 전해졌다. 그는 액션배우로도 좋은 눈을 가지고 있다.

 

 

 


지동철은 간첩이다. 탈북자들 사이에 슬쩍 내려와 암약하는 그에게 기댈 것이라고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대리운전 해주고 가끔 한국에 내려와 자리를 잡고 있던 박사님을 만나 인생의 조언을 듣는 정도다. 그가 간첩이라면 떠올리는 요인 암살이나 기관 파괴 이런 일을 하는 건 등장하지 않는다. 대체 그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영화 용의자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영화 속에선 살인죄를 짓고 쫒기는 남자 지동철에게 용의자라는 단어를 자꾸 가져다 붙이지만 그를 제외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용의자 선상에 오를 법하다. 그 안에는 지동철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이쪽 요원도 있다. 이렇게 단순히 추격하는 사람은 善人이고 추격당하는 사람은 惡人이라는 구도로만 봐서는 이 영화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액션물이면서도 다층구조를 갖고 있고 서로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른 이유로 그 접점에서 파괴력을 발산한다. 그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카 체이싱이다. 이 영화는 무려 13분 가깝게 용산구 일대에서의 카 체이싱을 만들어 냈는데 낡은 굴곡진 舊 都心을 가로지르며 보여주는 장면들은 놀람을 넘어서 경악스러웠다. 아마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파괴미학적 장면들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하지만 이것뿐이 아니라는데 이 영화의 재미가 배가된다. 공유와 김성균이 살기 위해 갈고 닦았다는 주체무술은 특히나 좁은 공간에서 서로에게 타격을 가하는 무술로 최근 액션영화에서 선보인 동남아 무술과 흡사하다. 그 외에도 암벽을 타는 장면, 한강에서 투신을 하는 장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면 등 액션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시퀀스들은 죄다 쓸어 담아놓았다.

 

 

 


이렇게 과도할 정도로, 정말 저런 능력을 소지한 사람들이 우리곁에 살고 있을까 의심을 하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영화 역시 가족이라는 한반도에 살고있는 종족에게 유전적으로 각인된 DNA가 이번에도 예외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건 정체를 알기 어려웠던 간첩 지동철을 이해하는 중요 키워드이자 이 영화를 오로지 때려 부수는 추격극에 그치지 않음을 설명하는 키포인트다.  

 

 

 


예를 들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호소할 곳도 없는 신세다. 들은 이야기로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 그랬다고 한다면, 일당백의 무술 솜씨를 가진 철완 지동철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해 살인 용의자로 쫒기는 자는 자신을 쫒는 자들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이 쫒는 누군가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연유로 영화 속에서 선보이는 각종 액션 장면들의 뒤 끝엔 서로가 지향하는 목표지점이 다른 셈이다.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야기 줄거리를 하나로 엮어내는 임무는 간첩 잡는 귀신이라 불린 남자와 해직 여기자의 손에 넘겨졌고, 이들이 지동철에 대해 하나 둘씩 알게 됨에 따라 이들은 “용의자”의 도우미가 되는 셈이다. 한국에서 확연하게 간첩이라 낙인이 찍힌 자를 은닉하거나 비호하는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겠지만 이 영화는 생각 외로 평화를 주장한다. 뜻밖의 이야기 결론이었다.

 

 

 


이들이 찾기 위해, 혹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하기 위해 지닌 하나의 물건이 알고보니 모두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설정은 우리의 통일 정책의 지침이 어디에 있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통찰력 있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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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가족의 안위를, 국가적으로는 사회 안전망 구축과 부패한 인물 제거를, 그리고 민족적으로는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함의의 주제를 가진 이 영화는 볼거리는 비록 한없이 거칠어도 그 속내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용의자 (2013)

7.8
감독
원신연
출연
공유, 박희순, 조성하, 유다인, 김성균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7 분 |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