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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리뷰]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

효준선생 2013. 12. 20. 07:09

 

 

 

 

 

   한 줄 소감: 올 겨울 차가운 심장을 녹여줄 최고의 감성 드라마

 

 

 

 

 

 

본인 노노미야 료타는 누군가의 아버지임과 동시에 또 누군가의 아들로 살고 있다. 이 흔한 공식에 그가 쉽게 대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마음 속엔 세상에서 말하는 자식, 혹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못내 어색하기 때문이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겨울 정서에 잘 들어맞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이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족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그의 전작 걸어도 걸어도의 한 부분을 확대 해석한 느낌이 든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뒤바뀌고 6년 뒤 그 아이들을 서로 맞바꿔야 하는 현실에서 약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당사자들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고 있다.

 

 

 


비록 신파적인 소재지만 그렇다고 억지스럽지만은 않았던 건 뒤바뀐 사건에 대한 문제해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인 료타의 심정에 주로 포커스를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아버지로부터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성장했다는 사실에 대해 자괴감을 안고 있고, 아이에게 아버지로서 사는 것에 대해 불안해 했다. 그러던 차에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말을 듣고는 갈등하게 되지만, 자신의 아이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과연 자신이 어떤 아이의 아버지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더 비중이 있다.

 

 

 


쉽게 이해가 안될테지만 그것 역시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개인의 심리상태로 보이고 대비해서 다른 인물들, 예를 들어 상대의 아버지와 각각의 아내들은 아이 뒤바뀐 사건에 대처하는 모습은 우리네 일반인들과 비슷한 정서를 보이기에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관객입장에서는 낳은 정과 기른 정에 대해 어느쪽으로 무게추가 쏠릴까 그리고 아이 둘에게 모두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는 방향에서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를 자꾸 고민하게 되는데 감독은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서로의 집에서 살아보기, 혹은 두 가족이 함께 놀다오기를 통해 거리감을 좁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6년이라는 세월동안 자기 아이처럼 키웠던 정을 쉽사리 떼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아버지는 호텔같은 집에서 비교적 유복한 인생을 즐기고 있고 알아주는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회사원이지만 다른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관이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말자’며 유유자적하고 사는,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인물로 그려진 것도 흥미롭다. 서로 집을 바꿔 살기로 한 첫날 한 집에서 군만두를 온 가족이 구워먹는 장면이, 다른 한 집에서 단출하게 고기를 구워먹는 장면이 대치된다. 지금까지 살았던 환경의 차이를 과연 아이들은 수긍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꼽는 명장면은 료타가 정으로 키웠던 아이가 남기고 산 카메라에서 자기 몰래 아들이 찍은 사진들을 보고는 찾아가서 아이를 찾는 장면이었다. 아이는 마치 화가 난 듯 무턱대고 길을 걷고 료타는 그런 아이와 거리를 두고 걷는다. 그리고 만나는 길에서의 포옹,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는지, 그제서야 료타는 아버지가 된 셈이다.

 

 

 

 

이 영화는 핏줄이 갈라놓은 아버지의 정을 도식적으로 선택하는데 주안을 두지 않고, 진정 아버지로 역할을 하기 위해 고심하는 어느 중년 남자의 심리를 통속적이지 않고 현명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그의 작품은 늘 기다려온 만큼의 만족을 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Like Father, Like Son 
8.7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니노미야 케이타
정보
드라마 | 일본 | 121 분 | 201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