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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가 부른다 - [리뷰] 사는 건 하룻밤 신세와 같은 것

효준선생 2013. 12. 19. 11:30

 

 

 

 

 

 

   한 줄 소감 : 세상에 수많은 "진경"이와 함께 불러요

 

 

 

 

 

 

 

녀에게 “요즘은 무슨 낙으로 사세요?” 라고 물으면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았다. “사는 것에 반드시 낙이 있어야 하나요? 그냥 사는 거지...” 영화 그녀가 부른다의 여주인공 진경은 그런 인물이었다. 까칠하지만 그 안에 타인에게 함부로 내보이고 싶지 않은 속내가 있고, 그녀를 안다고 하는 주변인물들 역시 그녀를 모르긴 매 한가지인 것 같다.

 

 

 


일견 자유방임주의자 같아 보이지만 그녀는 엄연한 직장인이다. 강원도 영월의 작은 극장 매표소가 그녀의 일터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그 좁은 공간에 선풍기가 돌고 낡은 아날로그 텔레비전 수상기가 그녀가 대하는 거의 유일한 기계문명이다. 매표도 수작업이고 흔한 휴대폰도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하루가 도시의 일상보다 두 세배는 느리게 가는 것 같은 그 곳은 그녀의 고향도 어떤 연분도 있는 곳이 아니다. 그저 그곳이 마음에 들어 일자리를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남자도 만나고 살지만 살갑지 않다. 그녀에게 장소란 현재 발붙이고 사는 곳이외의 의미는 없다.

 

 

 


일상이라는 단어는 하루가 별로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 일상이 파괴될까 걱정을 하지만 변화 없는 일상도 그렇게 원치 않는다. 그런 이유로 부리나케 일을 만들고 약속을 잡고 깨진 일상을 다시 되돌리기 애를 쓰며 산다. 하지만 그녀에겐 일상의 안일함이나 변화 역시 그녀 자신을 배제하고 흘러가는 시간과도 같은 존재다.

 

 

 


작은 매표소의 하루는 뻔하다. 많지 않은 관객들에게 표를 팔고, 시간이 남으면 텔레비전 수상기에서 나오는 바다를 본다. 점심시간엔 도서관에 다녀오고 일이 끝나면 정산을 한다. 그렇게 한달이 가고 일년이 간다. 그렇게 단조로울 것 같은 그녀를 지켜보는 눈들이 이 영화를 호기롭게 만든다.

 

 

 


영월지사로 내려온 남자, 진경을 탐한다. 그리고 그녀는 호응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없다. 동성친구 같은 남자, 가끔 나타나선 실없는 소리를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친구일 뿐이다. 가전제품 대리점 직원, 그녀에게 구애를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선 싸늘한 반응뿐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갈 나무 없다는 듯 대시는 해보지만 답답하다. 이렇게 그녀를 둘러싼 숫컷들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르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무료할 것 같은 설정들이지만 의외로 주변 인물들을 통한 유머도 쏠쏠하다. 특히 여고생으로 나오는 친구의 입담이 제법이다. 학교가 아닌 남자와 극장 주변에서 그녀는 사회성을 배우려는 모양이고, 연적에서 시작해 어느덧 인생의 멘토처럼 여기는 존재가 된 어느 언니의 모습을 통해 흥미를 얻는다. 진경이 성악과 출신이라는 멘트가 참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가정사와 남들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일들을 챙겨줄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 그녀 곁에 남을 사람이 누군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김종찬의 노래 <산다는 것은>을 부르는 그녀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금의 내 모습이 그녀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가슴이 조금씩 뜨거워졌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녀가 부른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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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은형
출연
윤진서, 오민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97 분 | 201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