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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강아지 그 고양이 - [리뷰] 헤어진 다음날, 그리워졌다

효준선생 2013. 12. 17. 07:09

 

 

 

 

 

 

   한 줄 소감 : 사랑은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려동물이라는 말은 애완동물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후자가 주인의 말을 잘듣고 보살핌을 주는 데 만족하는 피동형 객체라면, 전자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라는 상호의지형 주체라는 느낌이 강하다. 동물에게서 영감을 얻거나 위로를 받는 것 이상으로 동물역시 사람에게 받는 사랑이 그들의 에너지가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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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버려진 고양이들의 눈빛을 보면 사람의 손에 의해 길러지는 고양이들과는 사뭇 다른다. 매우 공격적이고 의심이 많은 눈초리를 하고 있다. 야성이 느껴진다. 동물도 사람과 같이 말을 못할 뿐이지 사랑받는 다는 것, 그리고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느낌은 분명 있을 것이다.

 

 

 


영화 그 강아지, 그 고양이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내세우고 있지만 잃어버린 사랑에 마음아파하는 남녀의 좌충우돌 연애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영화 제작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던 열악한 제작 스탭들에 대한 처우, 혹은 작업 환경에 대해 이른바 기준을 지키며 찍었다는 페어필름 인증 1호 작품이라 했다. 또 한가지는 필름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는 점이다.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화질만 놓고는 과연 이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휴대용 디지털 단말기로 찍은 게 맞는지 전혀 알아챌 수 없을 정도였다.

 

 

 


우주와 보은이, 각각의 남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고 상대방이 각자 맡아 키우는 유기견, 유기묘의 이름이기도 하다. 공교로운 건 본인의 이름이 상대방의 개와 고양이의 이름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캐릭터의 이름이 영화 속에서 쉬지 않고 등장한다. 동물을 향한 것만은 아닌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 것이다. 바로 사랑의 감정이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그 사람에게 한 발 더 가깝게 다가서는 행위다. 요즘엔 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직장에선 성에다 직위를 붙여, 온라인에선 닉네임에다 님을 붙여, 그러니 이름은 관공서나 병원대기실에서나 불리는 정도다. 하지만 우주와 보은이에겐 이름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초반부터 여자와 남자의 이별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헤어짐의 서러움이 묻어나고 그리고 찾아온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 이 두 사람, 그리고 두 마리의 동물이 아옹다옹하는 과정은 비단 사람들끼리만, 혹은 동물들 끼리만의 다툼은 아니었다. 다시 상처받기 싫은 이유로 자꾸 확인하는 과정의 마찰일 뿐이었다.

 

 

 


스물 다섯의 청춘, 모두 만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북촌과 서촌일대에서 혼자 산다. 호감을 갖게 되고 잠도 같이 자고 밥도 같이 먹는다. 즐거워 보이지만 또 언젠가 헤어질 수 있음을 직감한다. 이 영화는 헤어짐이 주요한 정서다. 사람 사이의 헤어짐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정을 주고 키워오던 반려동물과의 이별이다. 동물은 거북이가 아닌 이상 사람보다 오래 살 수는 없다. 10년만 살아도 사람 나이로는 환갑정도 된다면, 영원히 주인과 함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렸을때는 귀엽다고 예쁘다고 반색이지만 늙고 병들고 추레해지면 불현듯 이별을 생각하게 되는 건 동물이건 사람이건 매 한가지라는 생각이다.

 

 

 


동물이라고 마음에 안들거나 키울 여건이 안되면 내다 버리는 행태들 때문에 말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동물이 아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거나 혹은 가족이라면, 그렇게 치환을 해보니 이 영화의 메시지가 제법 묵직해졌다. 키우던 우주를 동물 안치소에 두고 나오던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남녀 주인공으로 나온 손민지, 신명근 배우가 제법 연기를 잘한다. 낯선 얼굴이지만 매력있고 신선해 보였다. 무엇보다 작은 앵글 안에 가득차게 찍혀 나올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을 갖고 임하는 모습이 멋졌다. 이들의 행보도 기대하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 강아지 그 고양이 (2013)

Cats and Dogs 
9.4
감독
민병우
출연
신명근, 손민지, 재롱이, 나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04 분 | 201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