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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기억 - [리뷰] 물들어가듯 사랑에 빠지는 방법

효준선생 2013. 12. 7. 11:30

 

 

 

 

 

 

   한 줄 소감 : 마치 타인의 머릿속을 유영하듯 인상적이다.

 

 

 

 

 

 

지과학과 심리학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 사라진 기억은 자신과는 하등 관련도 없는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단순한 호기심이 연민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설정과 거기에 걸 맞는 판타스틱한 영상으로 꾸며진다.

 

 

 


동유럽 소국 리투아니아 출신의 여성감독인 크리스티나 부조지테는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여자 오로라와 그녀의 무의식 상태에 기계적으로 접속해 그녀를 깨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피험자로 나선 남자 루카스의 관계를 실험적 방법으로 보여준다.

 

 

 


워낙 독특한 소재인데다 출연인물도 남녀 주인공 두 사람과 연구진 몇 명인지라 단조로울 것 같지만 모두 여섯 차례에 걸친 실험이 점점 극단으로 치달으며 긴장감을 높여가는 과정이 볼만하다. 특히 전혀 모르는 사이인 이들이 실험을 통해 마치 예전부터 알고 만나왔던 연인처럼 행동하는 과정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식욕이나 성욕, 그리고 안전욕구로 이어지는 행동이 그러하다. 길게 만나지 못하고 마지막엔 엄청난 충격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실험이지만 피험자인 루카스는 마치 옛날 연인을 만나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런 장면들은 루카의 현실 속의 연인마저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는 걸 보면 사랑이란 그저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 같은 물질적 생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누구든 사적인 영역의 자신의 사랑을 남들에게 보이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루카스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선 루카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객들이 들여다볼 수 있지만 루카스와 연구진 사이엔 일종의 벽이 있고 그건 매우 불안정한 현재의 과학기술과도 맞물려 있다. 다시 말해 기계적 환각상태에서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난 뒤 그는 일정부분 함구를 했고 이를 알리 없는 연구진으로서는 그저 들은 이야기만으로 자신들의 과학적 진전에만 관심을 쏟았다.

 

 

 


자신의 육체가 점점 소진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루카스가 그녀에게 빠져드는 과정은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여러 가지 행위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물속에 빠진 여자와 처음 입을 맞추고, 나무로 만든 공간에서 나신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든지, 식탁위에서 비주얼이 좋지 않은 음식을 나누는 장면, 그리고 약물로 변화가 일어난 여자와 그녀의 과거 기억을 공유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들은 인간이 인간을 대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의 수많은 체험의 다른 모습이었다.

 

 

 


현실에서 나랑 비슷한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서로의 감정은 쉽사리 파악하기 힘들다. 아무리 오래 만나 사귄 커플이라고 해도 마치 한 사람처럼 같은 생각을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실험처럼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일까 아니면 고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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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에 빠진 여자에게 다시 살아난다는 건 그녀의 의사와는 별반 상관도 없어 보인다. 그녀가 그런 상황에 처한 마지막 장면이 마치 슬로비전처럼 스쳐 지나는 장면에 이르면 살고 죽는 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를 향해 잡았던 손을 놔 주는 것 처럼,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이 세상엔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상상이상의 장면들이 연속으로 등장하고 남녀 주인공들이 몸을 사라지 않는, 말 그대로 온 몸을 혹사해가면 표현해낸 여러 가지 시퀀스들이 뇌리에 붕붕 떠다닌다. 낯선 동유럽, 정확하게는 러시아의 냄새가 나는 이 영화에 많은 외국의 영화제에서 관심을 표명한 것 자체가 상찬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사라진 기억 (2013)

Vanishing Waves 
6.6
감독
크리스티나 부오지테
출연
마리우스 잠폴스키스, 훌가 주탈리트, 루돌파스 얀소나스, 비타우타스 카니우소니스, 프레데릭 앙드로
정보
스릴러 | 리투아니아, 프랑스, 벨기에 | 120 분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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