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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가는 길 - [리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효준선생 2013. 12. 5. 07:08

 

 

 

 

 

    한 줄 소감 : 오감을 적절하게 자극하는 감동실화극, 왠만해선 울게 만든다

 

 

 

 

 

 

제의 발단은 돈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빚보증이었다. 잘 살지는 않아도 그래도 작은 카센터를 가진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믿었던 후배들의 사기성 농후한 돈과 관련된 배신들이었다. 그리고 그 모진 시련들은 하루 이틀에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두운 그림자처럼 다가왔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2004년 마약 밀수 혐의로 프랑스에서 체포된 어느 가정주부의 고난기록을 담아낸 실제에 기반한 드라마다. 농밀한 시나리오와 극적인 장치들로 하여금 여느 스릴러 영화 못지않은 몰입감을 주고 결과는 이미 알고 봄에도 그 과정에서 느끼는 오만가지 감정들이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빚보증에 가진 재산을 탕진하고 옮겨간 집의 월세마저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송정연은 극단의 방법을 선택한다. 아니, 그녀가 옮길 수하물이 마약이었다면 그녀는 결코 나서지 않았을 거라 믿는다. 원석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그녀는 외국공항에서 현장범으로 체포되고 말도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인격적 수모와 육체적 고통을 하소연도 못한 채 견뎌야 했다.

 

 

 


한편 아내의 행방불명과 살고 있는 집에서조차 쫒겨난 남편과 어린 딸은 아내를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교차로 보여진다. 이렇게 프랑스와 한국을 오고가는 카메라는 중간 지점에 멈추는데 바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었다. 대사관이 영화에 등장하면 대개는 문제 해결의 소극적 조력자가 되곤 하던 종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비효율적 집단으로 나온다. 대한민국의 외교관이란 힘없는 재외국민보다 외유차 다녀가는 권력기관장들의 입맛을 헤아리는 게 우선이며, 관할지역에서 벌어진 불상사를 그저 이해당사자의 잘못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외국에서 살다보면 가끔은 억울한 일도 맞닥뜨릴 법 하지만 크게 도움을 받기 보다는 외면에 가까운 방기를 당했다는 사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우리가 생각해온 외교관의 그것과 차이가 있나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속 설정 대부분은 이미 실제 있었던 일들이라 했다.

 

 

 


물론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마약 운송관련해서는 어떤 나라에서는 무조건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도 있는 걸 보면 그녀의 범죄 사실 역시 무조건 억울하다고만 해서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설사 사형수라 해도 그녀가 당해야 하는 인권 테두리 밖의 일들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감옥을 전전하며 수감생활을 하는 장면들이 나올때면 한숨도 나오고, 만약 나라면 어떤 판단을 했을까 자꾸 대입하게 되었다. 그 만큼 주연으로 나온 전도연의 모습이 연기만을 위한 연기가 아니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고, 편하게 연기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그녀가 여러 사람 앞에서 알몸을 내보이고  곰팡이가 가득한 교도소 바닥에 떨어진 빵 조각을 집어 먹는 장면들에선 경외롭기까지 했다.     

 

 

 


사람 목숨은 참으로 질기다는 말을 한다.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과연 남편과 딸에겐 어떤 충격을 주었을까 나라가 구하지 못한 그녀의 囹圄로부터의 자유를 네티즌들이 나서서 애를 써주고, 공관의 무성의하고 대책없는 판단력에 망신을 가하는 장면들에선 나름의 쾌감도 느낄 수 있었다.

 

 

                                         눈물을 쏙 빼게 한 건 아역 강지우의 등장때였다.


그녀의 사주팔자에 중년에 해외에서 고생할 수라고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의 견딤이 결코 허망하지만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극단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히려 희망이 있음을 이 영화를 보고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바다 카리브해가 그녀에겐 또 다른 의미였다는 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집으로 가는 길 (2013)

8.4
감독
방은진
출연
전도연, 고수, 강지우
정보
드라마 | 한국 | 130 분 | 201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