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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운명의 산 낭가파르밧 - [리뷰] 용감한 형제, 꼭대기에 서다

효준선생 2013. 12. 8. 07:09

 

 

 

 

 

    한 줄 소감 : 등정을 허락하지 않는 산, 그 앞에선 인간의 불굴의 의지

 

 

 

 

 

 

라톤과 더불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 난도의 움직임이라면 바로 등산을 꼽고 싶다. 동네 뒷동산 수준이 아니라 지구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고봉을 타고 오르는 걸 보면 저들에게 산이라 말 그대로 운명이 아닐까 싶다. 산을 왜 오르냐고 묻자 산이 저기 있기 때문이라는 우문현답이 아니더라도 산은 인간에게 자신이 얼마나 티끌같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동기가 되는 것 같다.

 

 

 


영화 운명의 산 낭가파르밧은 1970년 독일의 산악인 형제 라인홀트 매스너와 군터 매스너에 의해 이 산의 정상을 밟는 과정을 굉장히 핍진하게 그린 이른바 산악 서사시다. 실화를 기초로 했기 때문에 고증도 필요했을 터이고 아직 실존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만든 영화라 등장인물 간의 미묘한 신경전에서도 스릴이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형제, 그들은 어려서부터 어딘가에 올라가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고 나중에 크면 지구에서 가장 오르기 힘들다는 고봉을 함께 가자며 약속을 한다. 그리고 그 기회는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파키스탄에 소재한 낭가파르밧은 그 높이가 8,125m로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산으로 특히 루팔벽은 험난하기가 이를데 없어 이 루트로 정상을 정복한 산악인을 손으로 꼽을 정도라 했다. 영화 속에서도 바로 이 루팔 루트 공략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오며, 나중에 비극의 씨앗도 이 때문에 생겨나고 말았다.

 

 

 


지금도 히말라야 고봉 등정은 산악인으로서는 최고의 바람이자 최대의 난제라 하는데 지금과는 달리 장비도 변변치 않았던 70년대 이 산을 정복하기로 한 두 형제와 등반대의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도 사실은 공명심에서 나온 걸로 보인다.

 

 


 

남보다 앞서 길을 나서는 것, 그리고 남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으로 자신의 명예를 삼는 건 인간이 가진 본성이다. 거기에 이들 형제는 다른 대원들과 이런 저런 마찰을 겪어가며 단 두 사람만이 등정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금 같아서는 말리고 싶은 광경이었다. 

 

 

 


광각으로 펼쳐지는 설산의 풍광은 단연코 아름답다. 하지만 수시로 쏟아져 내리는 눈사태와 쩍쩍 갈라지는 크래바스를 마치 동네 산에 오르는 듯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서는 형제의 모습은 마치 산신령에서 홀린 것 같아 보였다. 물론 역사적으로는 이들 형제의 등정이 기록되어 있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는 아픔 역시 이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 영화는 오로지 등정과정만 보여주는 다큐는 아니다. 등정을 앞두고 베이스 캠프에서 다른 대원과의 마찰, 특히 대장이라고 하는 칼이라는 인물의 이율배반적 태도는 또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나레이션이 독특하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느 기자회견장에서 자기 주관적인 의사를 피력하던 칼 앞에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나선 라인홀트의 구술, 그리고 베이스 캠프에서 자신의 생각을 타이핑하게 하며 남긴 이야기들이 이 영화의 줄거리 라인이 되었다.

 

 

 


세상에 죽기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에 병풍처럼 서 있는 설산은 결코 쉽사리 인간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아무나 정상정복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들은 나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생명을 걸고 나선 그 길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건만 이들은 같은 목소리로 외칠 것이다. 바로 자신의 운명이라고. 이 산을 하산하다 목숨을 거둔 한국인 산악인에게도 추모가 되었으면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