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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 앤 뷰티풀 - [리뷰] 한 발짝 먼저 어른이 되고 싶었던 소녀

효준선생 2013. 12. 6. 07:09

 

 

 

 

 

 

    한 줄 소감 :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과 의무를 수반한다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초부터 프랑스 소녀 이사벨에게 지금의 삶은 심드렁했다. 이미 사춘기도 지난 열일곱, 꽃으로 비유하자면 막 봉오리를 피울 나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얼굴엔 수심이 스쳐지나갔다. 이사벨이 독일에서 온 남자친구와 첫 경험을 한 건 어느 바닷가에서였지만 그녀에게 처음이란 건 사랑의 구속은 아니었다. 오히려 멀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영화 영 앤 뷰티풀의 여주인공은 이사벨은 종래 보기 드문 캐릭터다. 사랑을 알게 된 이팔청춘의 그녀에겐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고 사랑을 받는 것이 그다지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프랑수아 오종, 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설정과 거기에 맞는 시퀀스등으로 적지 않은 매니아들을 가진 스타 감독,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그 다운” 장면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에 있을 법한 한 여자아이의 위험한 일탈과 그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사실 이 영화 초반의 話者는 남동생처럼 보인다. 해변가에서 토플리스 차림으로 선탠을 하는 누나를 지켜보는 것도 그였으며, 첫 경험 이야기를 해달라고 떼를 쓰는 것도 그였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의 시선만으로 이 쉽게 다가오기엔 어려운 주제인 미성년자의 조건만남 앞에서 또 다른 나레이터가 필요해 보였다.

 

 

 


이사벨의 17살에서 18살로 넘어가는 1년은 계절로 표시가 된다. 첫경험이 있었던 여름에서 시작해 가을 새 학기 학교에서 만난 그녀와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매춘을 하기 시작하는 겨울에서 봄, 그리고 상상하지 못했던 사고를 겪고 난 뒤의 봄. 그녀의 일상은 일견 매우 평범해 보이면서 위태로워 보였다.

 

 

 


아직은 어린 그녀를 상대로 하룻밤 성행위를 하는 남성들, 그들은 300유로면 어린 여성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판타지에 젖어 그녀를 불러낸다. 그리고 마음껏 자기 욕심을 채운다. 그리고 받은 돈들. 그녀에겐 돈이란 어쩌면 종이에 찍힌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별로 쓰지도 않고 파우치에 그냥 모아놓기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은 쉬지 않는다. 상대를 가리지도 않는다.

 

 

 


그녀에겐 엄청난 과거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부모의 이혼과 계부와의 동거, 하지만 그 뿐이었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그녀 앞에 동년배 남자 아이들은 코흘리개 철부지로 보였을테고, 새 아빠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친아버지를 향한 묘한 그리움은 하룻밤 상대인 남자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녀의 일탈을 제대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녀는 강렬한 마스터베이션을 통해 몸이 성인이 되어가는 걸 느꼈던 것이고 첫 경험을 통해 마치 딱지처럼 안고 살던 처녀성에 대한 홀가분함도 해소가 된 모양이었다. 어른들이 이따금씩 보여주는 나름의 짝짓기 모습을 접하며 조금은 서둘러 어른의 세상으로 발을 담근 것 뿐이었다. 동양적 사고로 표현하자면 桃花煞이 낀 건지도 모른다.

 

 

 


상대 남자의 복상사로 인해 그녀의 일탈은 일단 중단된다. 하지만 그건 타의에 의한 강권이었다. 그녀를 보는 어른들의 눈은 이중적이었다. 아직 어린 그녀가 보호받아야 할 권리, 그리고 이미 신체적으로는 성숙한 그녀를 하룻밤 성행위 대상으로 여기는 추잡함. 양극단처럼 보이지만 어느 딸의 아버지 역시도 밖에서 이런 식의 매춘을 할 수도 있는 세상이라면 인간들의 생활엔 100% 윤리도덕이란 있을 수 없어 보인다.

 

 

 


다들 사랑한다고 하며 결혼도 하고 육체관계도 맺지만 만약 이사벨처럼 그들 사이에 끼어드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하룻밤, 아직은 어린 여성의 단순한 성적 집착이나 중독을 떠나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이중적 잣대와 시선이 수많은 이사벨들을 어떻게 인도하고 있는지, 성인이 되기 직전의 그녀들에게 정답을 떳떳하게 알려주지 못함이 안쓰러울 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영 앤 뷰티풀 (2013)

Young & Beautiful 
8
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마린 바크스, 제럴딘 페일하스, 프레드릭 피에롯, 샬롯 램플링, 요한 리센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94 분 |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