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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일드 빌 - [리뷰] 비가 온 뒤 땅은 더 굳어진다

효준선생 2013. 12. 7. 07:07

 

 

 

 

 

   한 줄 소감 : 거칠어 보이는 질감의 이 영화, 뭉클할 정도의 감흥을 준다

 

 

 

 

 

 

던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바쁜 그 동네 사람들, 경기장을 짓는 모습이 나오는 걸 보니 2011년 무렵인 모양이다. 한 중년 남자가 어슬렁거리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무려 8년만의 귀향이다. 어릴 적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이 훌쩍 자라서 자기를 못 알아보면 어쩔까 걱정이다. 이 남자, 사람들은 그를 망나니 빌이라 부른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영국 영화 특유의 페이소스와 거칠지만 가족애는 언제나 가슴 한 켠을 찡하게 만들어 준다는 법칙을 영화 와일드 빌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빌은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과거 마약 판매로 연루되어 감옥에서 8년을 보내고 이제 가석방 된 경우다. 하지만 집은 난장판이고 어린 아들 둘은 어느새 아버지의 존재 따위는 맘에 두고 살지도 않았다. 대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아동보호소 공무원들이 신경쓰일 뿐이다.

 

 

 


이렇게 다시 돌아온 준비 안된 아버지와 역시 아버지를 아버지로 맞을 준비가 안된 두 아들이 보여주는 시끌벅적한 해프닝은 묘하게도 흩뜨려 놓은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쾌감을 선사한다. 비록 마약을 다루는 장면과 아직은 미성년자인 아동들의 범죄행각이 등장하는 등 다소 껄끄러운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아버지의 부재가 가져온 그들의 일탈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장치일 뿐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고 했다. 마약 관련 사범이었던 아버지가 그랬듯, 어린 아들이 똑같이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들이 정작 아버지에겐 새 삶을 살고 싶어하는 바람과 배치되지만 서로가 양보를 하고 이해를 하고 품 안에 넣으려고 애를 쓰는 장면은 그래서 혈연이라는 말을 수긍하게 만든다.

 

 

 


이제 16살과 11살이라면 아직도 부모의 사랑을 받아가며 온실에서 자라야 할 어린 화초들이지만 이들은 벌써부터 자립에 대해 몸으로 받아 들여야 했다. 신축 경기장 공사판에서 험한 일을 하는 첫째 딘와 가라는 학교는 안다니고 엉뚱한 일에 휘말리는 둘째 지미, 그들을 보살펴야 마땅하다는 아동 보호소 공무원들의 강권에 따라 아버지의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짠하다. 엉망진창이던 그들의 보금자리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더러움의 상징이었던 화장실이 어느새 윤이 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단 한번도 아버지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어본 적 없는 그들의 식탁위에 허술하지만 정이 담긴 음식이 올라오는 순간 그들은 비로소 식구가 된 셈이다.

 

 

 


이 영화는 파편으로 시작해 어느새 단단한 쇠구슬이 되어가는 精鍊의 과정으로 보여준다. 첫째의 여자친구 역시 만만치 않은 생활 이력을 갖고 있고 우연히 만난 거리의 여자 역시 이들과 한 덩어리가 되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최후의 만찬이 될 수 있었던 식사 장면, 중국 요리를 잔뜩 차려 놓고 같이 식탁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가슴 뭉클했다. 식구라는 단어가 적확하게 들어 맞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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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행복을 음해하고 장난치려는 세력과의 대치와 아버지인 빌의 마지막 활약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한 의무 같은 것이지만 다시 경찰에 압송되면서도 전과는 다른 믿음이 생겼다면, 이들은 이제 결코 쉽게 무너질 모래성은 아닌 듯 싶었다. 제대로 된 가족이란 늘 위대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와일드 빌 (2013)

Wild B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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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덱스터 플레처
출연
윌 폴터, 찰리 크리드-마일즈, 앤디 서키스, 리즈 화이트, 새미 윌리엄스
정보
드라마 | 영국 | 98 분 | 201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