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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컴퍼니 유 킵 - [리뷰] 우리도 한때 뜨거웠던 때가 있었다

효준선생 2013. 12. 4. 11:30

 

 

 

 

 

 

   한 줄 소감 : 개인사를 넘어 미국 현대사의 왜곡된 단면을 그리고 있는 수작

 

 

 

 

 

 

70년대 미국은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국론 분열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그 사이에 웨더 언더그라운드라는 반전단체의 실화는 사회의 변혁을 꿈꾸었던 일부 젊은이들에게 미완의 혁명이라는 딱지만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때는 세상을 호령할 것 같았던 기세였던 그들이 사자후가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모습을 따라 잡기 시작한다. 아직도 세상은 그들을 필요로 하는가.

 

 

 


영화 컴퍼니 유 킵은 젊은 시절 혈기왕성함을 무기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일군의 젊은이들의 오늘을 그리고 있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으니 그들의 면면도 이제는 耳順을 넘어섰고, 주름진 얼굴에 움푹패인 눈가가 세월을 이기지 못한 그들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형형한 눈빛은 그들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고, 그저 아이들의 안위로 인해 이젠 한 발 물러섰다고 하는 게 옳은 것 같다.

 

 

 


致死사건으로 인해 그들 단체가 와해되고 그날 이후 이들 각자의 생활은 평범해졌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나니 어느새 초로의 노인들이 된 그들, 서로가 연락을 하기도 아예 모른 척 하며 살기도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는 건 그만큼 함께 했던 시절의 기억이 완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멤버 중의 한 명이 오래 도피 생활 끝에 잡히고 그동안 인권 변호사 행세를 해왔던 짐은 자신을 향해 좁혀 들어오는 포위망을 뚫고 그곳을 벗어나려고 한다. 무려 30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용의자로 살아야 하는 나날들, 극적으로 탈출엔 성공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환영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짐은 불안감에 떨며 살아야 했던 과거, 그리고 어린 딸아이를 위해 자신의 혐의를 벗겨줄 핵심인물을 찾아 나선 길이다. 

 

 

  


이 영화는 정치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주는 가족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바로 아이들 문제, 짐 역시 아주 어린 딸이 있고 이번에 잡힌 여성 역시도 아이들을 입에 올린다. 

 

 

 


펄펄 끓었던 젊은 시절, 개중엔 사랑이 만들어지고 했고, 그 사랑을 놓친 채 수 십년을 보내야 하기도 했다. 인연도 끊고 신분세탁도 거의 완벽해서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을 뒤쫒는 건 다름 아닌 시효의 문제다.  다 늙어서 기운조차 없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쏴대고, 앞 뒤 재지도 않은 채 토끼사냥을 하듯 몰아세우는 그들.

 

 

 


이 영화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한국의 현대사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한때는 자신의 의지가 세상을 모조리 바꿀 것이라는 신념에 가득차 있기도 하고, 나중엔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도 맛볼테지만 무려 30년이라니 과연 그들에게 정작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멋진 스릴러 영화로 과하지 않은 추격전과 끝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불가예측한 이야기 전개가 끝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다. 까발리는 진실과 덮어준 진실 앞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갈등하던 젊은 기자의 저널리스트로서의 고뇌 역시 좋은 양념 역할을 해냈다.

 

 

 


비슷한 연령대의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볼거리가 뛰어난 셈이다. 서로 지지않기 위해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연기를 해준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아직은 로버트 레드포드보다는 샤이어 라보프에 가까운 나이지만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결기가 불끈 느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컴퍼니 유 킵 (2013)

The Company You Keep 
9.5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출연
로버트 레드포드, 샤이아 라보프, 줄리 크리스티, 수잔 서랜든, 샘 엘리엇
정보
스릴러 | 미국 | 121 분 |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