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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풍경 - [리뷰] 이방인들, 그들이 꾸는 꿈은 어떤 색일까

효준선생 2013. 12. 4. 07:09

 

 

 

 

 

 

 

   한 줄 소감 : 그저 스쳐 지나갈 것 같았던 사람들의 뒷 이야기, 진솔하다

 

 

 

 

 

의 나라에서 정을 붙이고 살기 쉽지 않다. 짧게 일본 여행을 다녀왔을 땐 잘 못 느꼈지만 6개월, 1년씩 중국에 체류했을 땐 섭섭한 것도 많고 경제적인 이유로 마음이 무거울 때도 많았다. 아마 대다수의 외국인들에겐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이렇게 낯선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그 나라 특유의 체제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특히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에겐 어떤 감정으로 다가왔을까

 

 

 


영화 풍경은 재중동포 감독이자 시네아스트라는 칭호를 얻고 있는 장률 감독이 뽑아낸 이미지의 구현이다. 하지만 추상적이지 않고 상당히 현실적인데다 요즘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때문에 귀를 기울여 들어볼 만했다.

 

 

 


이 영화는 드라마투루기가 없이 인터뷰이의 단출한 진술만으로 진행이 된다. 여러나라에서 온 십 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개 자기네 나라 말로 한국에 와서 꾼 꿈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소 뻣뻣한 자세로 이야기를 꺼낸다. 인터뷰어나 연출자의 일체 간섭은 없다. 추가 질문도 없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어눌한 한국말도 섞어 가면서도 가급적 한 번에 진솔한 답을 한다.

 

 

 


그들이 말하는 꿈이라는 건 대부분이 앞으로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에 대한 피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잠을 자다 꾼 꿈을 말한다. 그런데 아주 공교롭게도 그들 대부분의 꿈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향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것과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겪어야 하는 강도 높은 노동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누군가는 한국 경찰에게 잡혀가는 꿈까지도 꾼다고 하니, 이런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심적 갈등이 무엇인지 추정해 볼 수 있다.

 

 

 


같은 외국인이지만 나름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들, 예를 들어 백인들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이들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국에서 온 노동자들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우리보다는 좀 못사는 나라에서 온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온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3D업종이라 하여 한국의 취업인구들이 거의 꺼리는 직종에다 근무나 처우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철공, 목공, 농사일에 종사하는 그들의 모습에선 현실에 급급하면서도 언젠가는 목돈을 마련해 고향에 갈 꿈 정도를 꾸는 것에 만족해한다.

 

 

 


인터뷰이들의 진술에만 의존하다 보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건 지금까지 우리들이 자주 마주하지 않았던 관심사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한 두 번은 스쳐 지나갔을 이면도로의 그곳들이다. 우리가 소비하고 즐거워 하던 그 곳에서 누군가는 서비스 하고 제조한다. 그들이 누군지 유심히 보지 않았던 탓에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에겐 이들과 같은 인생이 없지 않다. 지금도 여러 미사여구를 단 채 외국에 나가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버는 인력들이 있다. 좀 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보면 독일로 간 광부나 간호사, 그리고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고 이민을 간 한국인들과 다른 게 별로 없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꿈은 어제 꾼 꿈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을 기대하는 건 사치일까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영원한 이방인 신세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오늘을 비춰가며 한 번 정도는 같은 공간을 일정부분 공유하는 살아가는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착안해 만든 작품이다. 엔딩, 화려한 강남 거리를 벗어나 좁은 골목길 안으로 뛰어들어가며 핸드 헬드로 찍은 영상이 멀미를 일으키게 한다. 카메라를 든 스탭의 거친 호흡이 들린다. 연출의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개입이다. 그리고 하늘을 비춘다. 최소한 저 하늘만큼은 본토박이나 이주민이나 평등하게 바라볼 권리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풍경이라고 제목을 단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풍경 (2013)

Scenery 
7.5
감독
장률
출연
아우구스티노, 타실라, 호앙 타인, 필립 곤잘레스, 와리우라 브후아이야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6 분 | 201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