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10년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면 혹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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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사랑했고 사랑하다 헤어진 지 10년 정도 지나면 그 한때의 인연에 대해 어떤 감정이 남을까 가끔 생각날 때도 있겠지. 지금은 어떻게 살까 내가 아닌 다른 인연을 만나 10년 전 인연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않을 지도 모르는데.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 사람찾기 정도는 쉽게 할 수도 있건만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니 내 인연이 아니었다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싶다.
영화 캐치미는 10년만에 현장에서 만난 절도 용의자와 프로파일러 형사가 알고보니 예전에 좋은 감정을 나누었던 연인 사이였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기막힌 사연의 두 주인공은 도둑과 경찰이라는 애매한 신분 차이가 있지만 남자는 도둑 신세인 여자를 감히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집에 은닉시킨다. 범인 은닉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지 않을 남자가 보여주는 행동은 코미디를 넘어서 애처롭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과거 회상 신에서 남자가 여자를 좀 더 좋아했던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꽤 있다. 물론 다소 불우한 환경의 그녀가 자신을 지켜주는 남자에게 호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10년 동안의 헤어짐의 원인 제공은 여자에게 있던 걸로 나온다.
1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사이 더 좋은 인연을 만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고 수시로 내뱉는 잘나가는 형사로서 그 정도 준수한 마스크라면 대시할 만한 여자들이 줄을 섰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과거의 여자가 자신은 경찰이 좋다는 말에 미술을 접고 경찰이 되었다는 건 여전히 여자를 못잊어 한다는 건데, 찾으려고 했다면 찾지 못했을까
이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의 흐름은 여타 로맨틱 코미디가 보여주는 수준을 답습하는 정도다. 웃음의 코드는 범인을 숨겨준 경찰과 그 동료들 사이의 밀고 당기기에서 대부분을 소화한다. 컴퓨터 그래픽까지 동원한 장치들의 익살이 간간이 웃음을 준다. 나머지 로맨틱한 이야기들은 주연 배우이자 연상연하 커플인 주원과 김아중 간의 호흡인데 순간적으로 제법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둘다 뽀얀 피부의 얼굴을 커다란 스크린에 들이밀며 이 정도는 되어야 미남, 미녀 소리 좀 듣지라며 봐달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용의자로서 불안한 입지의 그녀와 지금도 변치 않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시 한 번 고백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는 남자가 선택할 방법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불법을 자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도덕적 선택 그 뒤엔 얼마간의 기다림일 것이고, 그 시간이 흐른뒤 선남선녀는 행복을 외칠것이다.
사랑이 필요한 커플들에게 이 영화는 어떤 메시지를 줄까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고 정말 과거의 감정들이 되살아 날 수 있을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외모는 10년전과 비교하면 정말 하나도 변치 않았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럴리 없다. 주름살도 늘고, 세파에 찌들려 변해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그런 이유로 그저 추억으로만 남겨둔 채 간혹 끄집어 내는 감정이 더 소중할 지도 모르겠다. 웃자고 본 영화에서 공연히 개인적인 소회만 피력하고 말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김동률이 부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흥얼거렸다. 이 노래가 나온 게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그때 이 노래를 같이 불렀던 생각이 났다. 어제는 영화 창수를 보고 와서 임창정의 소주 한잔을 그렇게 반복해서 들었는데... 날씨 탓인지 감성적인 노래들이 땡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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