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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창수 - [리뷰] 단 한번이라도 내 뜻대로 살고 싶었다

효준선생 2013. 12. 2. 07:09

 

 

 

 

 

    한 줄 소감 : 임창정을 위한 최적의 영화, 근데 마음이 짠하다

 

 

 

 

 

 

둠 속에서 건들거리며 걸어오는 사내를 주목한다. 지나치게 화려한 색상의 티셔츠에 손도 쓰지 않고 목을 까닥거리며 이발한 지 오래되어 보이는 추레한 머리카락을 넘기는 동작들, 곧지 않은 다리 모양새는 그의 그때까지의 삶이 여의치 않았음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화 창수는 소위 캐릭터 영화다. 사건을 나열하지만 그 사건을 압도하는 건 창수라는 이름을 가진 한 젊은 친구의 삶 자체다. 단지 운 나쁘게 사건 하나와 연루되며 그의 인생이 꼬인 것 같이 보이지만 그는 그 사건이 아니고서도 신산했을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는 방금 감옥에서 출소한 길이다. 그렇다고 그가 범죄행각을 저지른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 대신 감방에 들어가 주고 그 댓가로 돈을 챙기는 일, 그게 바로 창수의 업이었다. 아마 며칠 쉬고 나면 그에겐 다른 오퍼가 들어올 것이고 창수는 크게 개의치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별다른 삶이란 게 있을까 아직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을 사랑이 그에겐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그의 인연은 거칠게 다가왔다. 길거리에서 남자에게 얻어맞은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온 창수에게 그녀 미연은 새 삶을 그려볼 수 있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그가 어렵사리 준비한 반지가 그걸 말한다. 6개월을 감방에서 지내야 하는 대가의 돈으로 마련한 반지. 하지만 그녀는 창수의 평생의 반려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그의 사람은 뒤틀려 버리고 만다.

 

 

 


인천 일대에서 생양아치로 머물던 그가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 때문에 새 삶을 꿈꾸고 나중엔 아예 목숨까지 걸게 되는 과정이, 만약 진짜 창수와 같은 인물이 있다면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준다. 고아 출신으로 자신의 성조차 고아원 원장의 그것이라면 떨떠름하게 생각하는 그. 미래를 꿈꾸기엔 그의 삶은 너무 비루해보였다. 심지어 자신의 좌우명이 비겁하게 오래살기라니, 그의 앞날은 너무 답답함 그 자체였다.

 

 

 


그의 곁에 머물던 동생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는 의문이다. 한사코 곁에 따라다니며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고 그 자신이 곤경에 처하기도 하지만 여러 차례 배신의 코드를 선택하는 모습에서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수긍보다 “저럴 수도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더 컸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창수는 어쩌면 그에게 피를 나눈 형제애를 느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사 자신을 배신했다는 걸 알면서도 뭐라 나무라지도 않고, 오히려 집을 사주겠다는 둥, 하는 걸 보면 이 친구는 남동생으로, 여자에게서 느낀 연인의 정 그 이상이 있어 보였다.

 

 

 


창수가 조직폭력배 일당과 엮이는 이후의 이야기들은 흔하게 봐온 설정들이다. 그 사이 너무 많은 폭력영화들이 느와르라는 장르를 내세우면서도 서로 비슷한 설정을 나누다 보니 대개는 유사한 장면들로 채워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 한 방은 마치 만화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이었다.

 

 

 


창수는 과연 복수에 성공한 것일까 제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복수에 매달렸다기 보다는 지금의 비루한 삶을 버리고 싶어서 였나 싶게 그는 코너에 몰린 것도 사실이었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창수들은 이 영화 속 창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목숨이 두 개가 아닌 이유는 그만큼 소중하게 써야하기 때문이라고 할까 아니면 단 한번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선택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 동조할까

 

 

 


이 영화는 배우 임창정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작품이다. 그는 한동안 로맨틱 코미디 물에서 상당한 성가를 올렸고, 영화 공모자들을 통해 처음 웃지 않는 악역을 맡았지만, 이 영화는 그 전에 촬영한 영화로 임창정은 자신의 배역 이름을 단 원톱 영화에서 그의 장기인 건들거리면서도 우수에 찬 연기를 멋지게 보여주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창수 (2013)

7.7
감독
이덕희
출연
임창정, 안내상, 정성화, 손은서, 태성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