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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로리아 - [리뷰] 내 인생 다시 빛을 볼 수 있다면...

효준선생 2013. 11. 29. 07:09

 

 

 

 

 

 

   한 줄 소감 : 나이 들어 가장 이기기 힘든 건 외로움, 갈수록 공감한다

 

 

 

 

 

 

레 산티아고 어느 무도회장, 나이를 추정컨대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열심히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일행과 함께 온 건 아닌 듯 싶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요가 장면, 다소 딱딱해 보이지만 옆에 앉은 젊은 여성 못지않은 유연성을 보인다.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내 이름이 밝혀졌다.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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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혼녀다. 사별은 아니고 아마 성격차이 정도로 헤어진 듯 하다. 전 남편은 다른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남매는 그 집에서 산다. 다시 말해 그녀는 돌싱녀다. 영화 글로리아는 중년의 한 여성의 일상을 집요하다 못해 현미경을 놓고 들여다보듯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극히 사적인 장면까지 서슴지 않고 보여준다. 그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여유롭거나 쾌적해 보이지 않는다. 작은 연립식 아파트에 혼자 기거하는 그녀는 외부에선 더할 나위없이 유쾌해 보이지만 집안에선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독거생활자다. 그녀의 삶을 상징하는 털이 다 빠진 고양이라든지, 알이 큰 안경 두 개라든지, 쉽게 사람들을 만나 호감을 표시하는 성격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이른바 스스로를 위한 前戱라고 보인다.

 

 

 


그녀의 인생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사랑이다. 무도회장에서 만난 남자와 스스럼없이 관계를 갖고, 그와 마치 연인처럼 만난다. 심지어 아들이 살고 있는 전 남편의 집에까지 대동하고 가는 무리를 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에게 삐쳐있다.

 

 

 


영화에서 그녀를 여자로 봐주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성적 파트너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애매한 관계는 바로 그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두 번 헤어짐을 겪고 나름대로 분노의 복수를 감행할 정도로 치기어린 모습을 보이지만 그녀가 정작 얻고 싶어 했던 인생은 예순부터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유난히 베드신이 자주 등장하고 그녀의 나신도 여러 차례 보여준다. 상상은 잘 안되겠지만 예순을 앞둔 여성의 몸이라고 보기엔 상당히 탄력적이다. 침대에 누워 전신을 드러낸 장면이 롱컷으로 나오는데, 그녀의 몸을 흘러간 수많은 시간이 바로 그녀 자신이었던 것 같다. 젊은 시절 사랑을 얻기 원했고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지만 지금은 혼자다. 부리나케 다시 사람들을 만나보지만 예전의 그 설렘이나 진정성은 없다.

 

 

 


그녀의 이름 글로리아는 로라 브래니건이 불렀던 유명한 팝송의 그것과 같다. 놀랍게도 엔딩을 장식하는 음악이 바로 글로리아였다. 언제쯤 자신의 이름처럼 화려한 날이 찾아올까 나이가 들어감을 인식하는 중년의 영화 팬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글로리아 (2013)

Gloria 
10
감독
세바스티안 렐리오
출연
폴리나 가르시아, 세르지오 헤르난데즈, 디에고 폰테킬라, 코카 구아치니, 안토니아 산타 마리아
정보
드라마, 코미디 | 칠레, 스페인 | 110 분 | 2013-12-05